유진그룹이 이달 초 서울 금천구에 주택보수 DIY 매장인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조정위원회에서 내린 점포 개점 연기 결정에 법원이 효력 정지 판결을 내려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 장치로 사용된 중기부의 사업조정제도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유진그룹 자회사인 EHC가 중기부의 사업 연기 결정에 대해 제기한 행정심판 소송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에이스홈센터에 내린 ‘개점 3년 유예’ 결정의 효력이 정지됐다. 유진은 이르면 오는 4일께 매장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 관계자는 “중기부의 유예 결정이 옳은지를 따지는 본안 소송도 계속 진행한다”고 말했다.

금천구 일대 영세 공구·산업용재유통상가 상공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유진의 홈센터는 산업용재 공구마트”라며 골목상권 침해 논리를 내세워 반대해왔다. 유진은 공구뿐 아니라 주택 보수용품을 파는 DIY 매장이라고 맞섰다. 중기부는 시흥 공구유통 상공인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지난 3월 말 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3년간 개점을 연기하라고 결정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의 사업 개시가 해당 업종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자단체는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사업조정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날리고 기업 피해만 키운다고 지적한다. 유진 측은 “홈센터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80%가량이 영세 중소기업인데 이들이 판로를 확대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이미 직원 100여 명을 채용하고 점포 부지를 빌리는 등 250억원가량을 투입했는데 개점 유예 결정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