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든 기념주화에 대해 미국과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담이 연기 혹은 취소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BBC는 “이 동전은 김정은을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로 칭했다”며 “보통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평가들은 백악관이 독재자에게 존경을 표시했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BBC는 “김정은의 턱 부분이 실제보다 더 두껍게 묘사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CNN도 “김정은을 북한에서 부르듯이 최고 지도자로 칭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최소 12만명을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하고 있는 김정은을 최고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마주보고 있는 디자인도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지위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위터에서 “(기념주화가) 역겹다”며 “누구를 우상 숭배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돈 모이니한 위스콘신메디슨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보잘것없는 독재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우리는 당신을 동전에 새겨 최고 지도자라고 부르겠다”고 비꼬았다.

백악관 통신국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초상이 새겨진 주화를 공개했다. 주화 앞면에 두 사람이 자국 국기를 배경으로 마주보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테두리엔 한글로 ‘평화회담’, 영어로 ‘PEACE TALKS’라고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President)’,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라고 칭했다.

백악관 통신국은 2003년부터 외국 정상의 방문 등을 기념하기 위해 주화를 만들어 왔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동전 디자인과 제조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정상회담 일정이 나온 뒤 기념주화를 주문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