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울고등법원(2006나107557 판결)은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당사자 누구든 자유로이 파기할 수 있고,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해약금(해제를 위한 계약금 지급의무)이나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지급한 적이 없어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2007다73611 판결)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매도인은 매수인이 계약금약정을 불이행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고, 위약금은 약정계약금 전부이다”라고 판결했다.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매수인)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매도인)은 계약금 지급의무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매도인이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매수인이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한 계약금 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매수인이든 매도인이든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따라서, 매수인이 주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싶으면 ‘약정한 계약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대판 2014다231378) 계약 시 계약금 일부만 지급했어도 전액을 지급해야 비로소 파기할 수 있다.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해도 된다.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하고 계약에서 정한 위약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민법상 계약해제권 유보조항과 손해배상액 예정(위약금)조항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위 사안에서, 매도인 A는 매수인 B에게 계약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이행하라는 청구를 해도 된다. 혹은 계약금 약정을 해제하고 5000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도 있다.
김재권 <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