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11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계열사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엘리엇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엇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유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방안을 집중 공격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한 대로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개별 부품을 조립해 덩어리로 만드는 사업)과 애프터서비스(AS) 부품사업을 떼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면 오히려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논리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사업을 국내 부문(현대글로비스)과 해외 부문(존속 현대모비스)으로 분리하면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모듈 및 AS 사업과 물류회사(현대글로비스)를 통합한 사례가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모비스 분할합병 반대" vs "소액주주 의견 중 하나일 뿐"
두 회사의 분할·합병비율도 문제 삼았다. 현대모비스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문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쳐 이를 지주회사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요구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엘리엇은 의견을 내는 주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다른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권고에 쉽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회사 고위관계자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사업경쟁력이 훼손된다”며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엘리엇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엘리엇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할 정도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팔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비금융 지주회사인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법인이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건 위법이다.

업계에서는 29일 주총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47.77%에 달한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