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가 될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오는 6월12일 싱가포르로 최종 발표되면서 회담 준비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와 종전선언·평화협정을 비롯한 평화체제 합의 등을 놓고 담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을 알린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 내용.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을 알린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 내용.
판문점, 평양도 거론되다 막판 제외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은 그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상 처음 있는 현직 북·미 정상 간 회담의 양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개최를 끝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곳에서 회담이 성공하면 제3국에서보다 훌륭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를 최종 개최지로 발표하기 직전 김동철 목사 등 북한 억류 미국인 세 명을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맞이하는 자리에서는 “평양에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 인사들이 회담 장소가 실제 회담 내용과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판문점과 평양 등이 모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중립적 외교 무대’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는 경호와 안전성,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 취재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이 있으며 아시아권 제3국 외교를 자주 원활히 진행한 바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확정된다면 외교적 협상 무대로 손꼽히는 샹그릴라호텔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샹그릴라호텔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샹그릴라 대화를 위해 마련된 경호와 의전 시스템 등을 활용한다면 6월4~6일 개최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촉박하게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며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6월 중순이 유력한 시나리오였다”고 분석했다.

한때 6월 초 G7 회의前 개최도 검토

회담 날짜는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전에 북·미 회담을 열고 그 결과를 G7 정상회의에서 설명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됐지만,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간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과 미국 방송들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일제히 긴급 속보와 방송 도중 브레이킹 뉴스(긴급속보)로 보도했다. CNN은 브레이킹 뉴스 자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ABC 방송은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 3명이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소식을 전하는 도중 브레이킹 뉴스로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알렸다. NBC 방송은 온라인 버전에서 먼저 최초의 데스크톱 속보라는 제목으로 ‘북·미 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라는 자막을 실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역사를 만들어낼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비핵화 만남에 관해 세부 일정을 제공했다고 주석을 달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