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가 확정됐다. 여야가 맞붙는 대진표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정치신인은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에서 현직 시·도지사가 그대로 재공천을 받는 ‘현역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전직 국회의원·단체장, 장차관급 관료 출신들이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올드보이 공천’ 현상 역시 한국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에 치르는 첫 전국단위 선거로 국정 운영에 따른 ‘민심 성적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총공세 속에 여당의 ‘진지전’이 거세게 맞붙는 양상이다.
경기·인천·충남 등 7곳 '양자대결 구도'… 서울, 23년 만에 '3파전'
◆현역 시·도지사 100% 재공천

민주당은 지난 21일 대구시장 결선투표를 마지막으로 광역시·도 전 지역 후보 공천을 매듭지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등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들은 그대로 본선티켓을 확보했다.

한국당 역시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 5명이 그대로 공천을 확정했다. 17개 중 10곳의 광역자치단체장이 그대로 본선행을 확정지은 것이다.

원내 1당의 지위를 놓고 초박빙 의석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121석)과 한국당(116석) 모두 현역 국회의원 출마로 인한 의석 감소를 우려해 되도록 원외인사에게 공천을 줬다는 점도 현역 단체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역 의원 가운데선 민주당에서 박남춘(인천시장)·양승조(충남지사)·김경수(경남지사) 의원, 한국당에서 이철우 의원(경북지사) 등 4명만 공천을 받았다. 그나마 4곳 모두 경선 과정에서 당내 현역 시·도지사와의 경쟁이 없었던 곳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판세대로라면 최소 8~9곳 이상은 현역 시·도지사가 교체 없이 그대로 새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공천 결과 현 정부 청와대·내각 출신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강세를 이뤘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박남춘·김경수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현역의원에게 10%의 감점을 부여했음에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양승조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이용섭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광주시장 후보), 현 정부 1기 내각에서 농림축산식품부를 맡았던 김영록 전 장관(전남지사 후보) 등도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사실상 1 대 1 구도 다수

민주당과 한국당이 사실상 1 대 1 구도를 형성한 지역이 많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교섭단체 정당들이 경쟁력 있는 인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물난’이 가중됐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합당으로 재창당됐고 평화당이 새로 생겨난 시점이 모두 올해 초였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겨냥한 준비가 물리적으로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치권이 새 인물을 발탁하는 모험보다 공직 경력과 몇 차례 선거를 치른 경험으로 검증된 인사를 기용하는 ‘안정’을 택하면서 새 인물 발굴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3, 4당이 후보를 확정짓지 못한 경기·인천·울산·세종·강원·충남·경남 등은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양자구도를 형성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장 선거는 바른미래당이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등판시키면서 ‘제대로’ 3자 구도가 형성됐다. 조순 전 서울시장(민주당)·정원식 전 국무총리(민주자유당)·박찬종 변호사(무소속) 등이 출마했던 1995년 제1기 민선 서울시장 선거 이후 3자 구도는 23년 만이다.

◆민주 9+α vs 한국 6+α 목표

여야 각 당은 나름의 선거 승리 ‘기준선’을 정해둔 상태다. 민주당은 70%대의 높은 국정 지지도를 기반으로 돌풍을 불러일으키면서 17곳 광역 시·도 중 최소 9곳 이상(서울·대전·세종·광주·경기·강원·충북·전북·전남)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부산·경남은 영남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동진(東進) 전략’ 차원에서 당 지도부가 중요한 요충지로 점찍은 곳이다.

한국당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인천 등 6곳을 지켜내면서 충남·대전 등 중부권 격전지에서 승리 지역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모두 홍준표 대표가 ‘직(職)’을 걸고 수성(守城)을 선언한 곳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총동원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이슈와 인물 경쟁력이 주도해오던 지금까지의 지방선거와 달리 중앙발(發) 이슈가 선거구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한 정상회담과 다음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 등의 ‘빅 이벤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 성적표가 상향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에 이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 김경수 의원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댓글조작 파문’ 등 여권에 터진 일련의 악재를 수습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같은 이슈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중앙당 차원에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