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직접 법령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달 시작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가 공전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0일 “4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합의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 단독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 실패에 대비해 고용부에 ‘플랜B(차선책)’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논의는 답보상태다. 11일에 이어 13일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노동계(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와 재계(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를 불러모아 의견을 청취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환노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경총은 무조건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하고, 중기중앙회는 숙박비까지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양대 노총은 모두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는 대신 시행규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안은 ‘상여금+숙식비’ 또는 ‘상여금+숙박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여금과 숙박비는 물론 식비, 교통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재계와 지금처럼 기본급만으로 ‘시급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계 주장을 조금씩 감안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규칙 변경 강행도 쉽지만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양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을 발표했을 때처럼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고사하고 자칫 어렵게 꾸려진 노사정대표자회의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1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꼼수 없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외치며 환노위를 압박했다.

백승현/배정철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