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국회 부의장(왼쪽 세 번째)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추경호(첫 번째), 김진태(두 번째), 김용태(네 번째)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심재철 국회 부의장(왼쪽 세 번째)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추경호(첫 번째), 김진태(두 번째), 김용태(네 번째)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 부의장 주도로 13일 국회에서 발족을 선언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포럼’ 창립 세미나에는 우파 진영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한국당 국회의원 20여 명이 자리를 채웠고, 한반도선진화재단을 비롯해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민주연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트루스 동맹 등의 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무너진 자유민주진영 재건하자”

포럼 발족 취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수호’ ‘무너진 자유민주진영의 재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열세에 놓인 보수 시민사회 진영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럼은 취지에 동조하는 국회의원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대표와 간사 등 운영진을 맡고 헌법·법치, 국가정체성, 인권, 안보·통일, 시장경제, 여성, 청년 등 7개 분과를 만들어 연구활동을 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정책제안, 아이디어 등은 간행물, 연구결과 보고서 등의 형태로 발간되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뒷받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동안 체계적이지 못했던 보수 우파 시민사회의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는 의도다. 심 부의장은 “단체 명의로 한꺼번에 가입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해 우선 각 진영에서 영향력이 있는 개인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7개 분과에서 활동할 ‘초대 회원’도 구성을 완료했다. 헌법·법치 분야에서는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등은 안보·통일 분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국정 목표는 헌법 아니라 법률로 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헌법개정안을 정조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미나 발제자로 나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개헌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헌법이 아니라 법률 개정으로 시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개헌안이 시장경제 원칙에 상당 부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및 토지공개념과 같은 평등이념에 기초한 개헌안은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경제활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개헌안은 경제자유화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 개헌안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며 “행정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과도한 정부 개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 이념편향성을 극복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개헌 범위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헌 저지 의석만 믿어선 안 돼”

전문가 사이에선 보수진영이 국회 개헌 저지 의석(한국당 116석)을 가진 것만 믿고 방심한 나머지 정부 개헌안 논의를 안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시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국회 개헌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안심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야당이 권력구조 개편 쪽으로 초점을 맞추면 4년 대통령 연임제 선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국가개입 강화 및 사회주의적 개헌 시도를 막는 데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