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 의지 갖고 준비" 평가…비핵화·평화체제 논의 성과 기대감 표명
북미 논의 틀과 방향 놓고 '중재역' 시사…북미 정상간 '큰 틀 합의' 이끌기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5차 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은 시의적 상징성을 띈 행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 정치국 회의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언급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9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5월말, 6월초'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한 '중재자'로서 북미 정상차원에서 표명된 대화의 의지를 평가하고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한반도 논의의 '틀'과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어 적극적 중재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회의 모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은 시기, 장소, 의제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서로 의지와 성의를 가지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양국이 의지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양대 이슈에 있어 우리 측이 중재안을 내고 이를 토대로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불안정성이 큰 한반도 논의의 특성상 북미 정상이 첫 대면에서부터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큰 틀의 합의로 본질적 문제에 대해 '쐐기'를 박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핵폐기를 명시적 목표로 삼고 이행단계를 과감히 단축한 '비핵화 로드맵'과 이어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등을 놓고 북미 정상이 '담판'을 짓도록 유도하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북미간 직접대화 국면에서도 '운전자론'을 앞세운 한국이 한반도 문제 논의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지금이 북미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국가를 지향하며 중국과 러시아식의 개혁·개방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올려 정치적 수세국면에서 탈출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서로 정치적으로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외교가에서는 '실패한 정상회담'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양쪽이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것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있다는 판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소식통은 "현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미국의 최고위 외교관"이라고 평가했다.

실무적 측면에서는 대북정책에 있어 '매파'로 알려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협력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튼 보좌관간의 '핫라인' 구축은 물론이고 외교부·국무부간 교섭채널이 전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의 성공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의 동반 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면서 역할을 나누는 유기적 관계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남북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남북 정상회담 자체의 결과에 대해서는 '기대수준'을 낮추고 있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자신감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 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기간 단절되었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겠다는 튼튼한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본질적 문제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급작스러운 진전을 꾀하기 보다는 남북 정상이 정례적으로 만나고 가용한 범위 내에서 각급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