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전면구역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전형진 기자
서울 용산역 전면구역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전형진 기자
서울 강남과 필적할 ‘잠룡’으로 평가받는 용산이 거대한 주상복합촌(村)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단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속속 재개되고 있어서다. 용산역 일대에 들어선 고급 주상복합 매매가격은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좌초했던 국제업무지구사업 재개 가능성도 열리면서 ‘한국의 맨해튼’으로 불릴 날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워팰리스 뺨치는 용산 주상복합

19일 한강로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국제빌딩 주변4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전용면적 114㎡ 입주권은 최근 18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일반분양가와 비교하면 최고 3억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C공인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단지의 중대형 면적 가격 상승세도 무섭다. ‘시티파크’ 전용 114㎡는 지난달 13억7500만원에 실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이웃한 ‘파크타워’ 전용 101㎡는 연초 1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1년 전과 비교해 3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전용 99㎡는 연초만 해도 12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4억원 후반대다.

용산역 바로 앞에 지어진 ‘래미안용산’과 ‘용산푸르지오써밋’ 역시 매물을 구하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래미안용산은 최근 최고층 펜트하우스(전용 243㎡)가 8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공급면적 기준 3.3㎡(평)당 가격이 8358만원에 달해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용산래미안공인 최경화 대표는 “3면 개방형 거실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용산 일대 주상복합 단지의 ‘몸값’은 강남을 추월할 기세다. ‘아스테리움용산’ 전용 121㎡는 지난달 16억9000만원에 실거래돼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24㎡(17억원) 가격에 육박했다. 파크타워 전용 125㎡는 지난 1월 1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타워팰리스1차’ 전용 121㎡(2월 18억4500만원)엔 못 미치지만 ‘타워팰리스2차’ 전용 130㎡와는 같은 가격이다.

◆유일무이한 주상복합촌

용산은 서울에서 유일한 주상복합 밀집촌이다. 주거지역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드문드문 들어선 다른 지역과 달리 최고 40층 마천루 숲을 이룬 게 특징이다. 19개 단지가 입주했고 1개 단지는 2020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강로를 따라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4·6호선 삼각지역 주변, 용산역 맞은편, 국제빌딩 주변 등에 몰려 있다. 대부분 전용면적 100㎡를 초과하는 중대형 주택형으로 이뤄져 있는 게 특징이다.

주상복합 숫자는 더 늘어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남아 있는 개발사업이 많다. 유독 용산에 주상복합이 몰린 것은 재건축·재개발과 다른 도시환경정비사업인 까닭이다. 이는 도심 부도심 등으로 육성하기 위해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을 재생하는 사업을 말한다.

용산에서 최근 지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1세대 주상복합에서 나타난 단점을 대부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쪽창 대신 입면분할 등 미닫이식 창문을 두거나 환기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통풍 문제를 개선했다. 일반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판상형 설계를 늘리는 한편 입주민 전용 출입구를 따로 둬 상가 이용객과 동선이 겹치는 문제도 해결했다.

◆‘용산마스터플랜’ 상반기 발표

최근 들어 용산역 일대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강대로변인 국제빌딩 주변 5구역에 지상 39층 높이 주상복합 단지를 짓는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의료관광호텔을 세울 예정이었던 곳이다. 이와 마주 보는 용산역 정비창 전면 정비계획도 통과됐다. 정비창 1~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주거시설 5동과 업무시설 1동, 오피스텔 2동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용산역세권과 국제업무지구를 아울러 개발하는 ‘용산마스터플랜’의 용역을 이달 마친 뒤 이르면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용산역을 비롯해 한강변~서울역 일대 349만㎡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교통 요충지면서 부도심인 용산은 주상복합 위주의 독특한 주거문화를 조성해가고 있다”며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자산가 등이 모여 사는 부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