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한 한국 바둑 대표팀이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시상식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제14회 대회 이후 5년 만에 우승했다. 왼쪽부터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 대표팀 감독 목진석 9단.  /한국기원 제공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한 한국 바둑 대표팀이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시상식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제14회 대회 이후 5년 만에 우승했다. 왼쪽부터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 대표팀 감독 목진석 9단. /한국기원 제공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열린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4층 대회장. 김지석 9단과 맞붙은 중국의 마지막 주자 커제 9단 표정이 굳어졌다. 김지석과 치열한 끝내기를 하던 중 커제가 머리를 심하게 긁적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돌을 던졌다. 흑을 잡은 김지석이 217수 만에 거둔 불계승이었다. 김지석은 수읽기 실수로 대마를 잡히며 패색이 짙던 대국을 뒤집으며 대역전승을 이뤘다.

대국이 끝나고 굳은 표정으로 복기하던 ‘중국 최강자’ 커제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돌을 놓아보다가 머리를 감싸 쥔 뒤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김지석은 감독을 맡은 목진석 9단과 함께 선수로 나선 박정환 9단, 신진서 8단과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김지석은 이번 대회에서 패색이 짙던 대국을 두 차례나 극적으로 뒤집으며 자신이 ‘집념의 승부사’임을 보여줬다. 김지석의 화려한 ‘끝내기’로 한국은 5년 만에 국가 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1절에 끝낸 ‘상하이 대첩’

이날 김지석과 커제 대국 초반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김지석은 곳곳에 흑돌을 놓으며 단단한 바둑을 두었다. 하지만 중반 들어 좌측 대마가 잡히면서 김지석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대회장 옆 검토실에선 “흑이 돌을 던져야 한다” “대패했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김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백집을 파고들었고, 하변의 흑집을 불리며 추격했다. 일찌감치 승리를 예측한 커제는 약점을 보완하는 대신 상변으로 침투하려다 역전을 허용했다.

김지석은 전날 당이페이 9단과의 대국에서도 수읽기에 실수하며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가 끝내기 묘수를 찾아내며 반집승을 이끌어냈다. 그는 우승 직후 “지금까지 마지막 대국이 열리는 상하이에 왔을 때 한국이 우승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우승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제가 훌륭한 기사지만 아주 특별한 기사는 아니다”며 “그도 실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석은 이번 대회에 주최 측인 농심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김지석 “내가 끝내고 싶었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대회 전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커제는 “당이페이의 7연승을 기대한다. 그러나 패배해도 괜찮다. 내가 끝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지석도 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8일 당이페이에게 이긴 후 “이번 대회를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6연승을 질주한 신민준 6단을 시작으로 김명훈 5단(1패), 신진서 8단(1패), 김지석 9단(2승), 박정환 9단이 우승을 합작했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은 마지막 주자로 대기했으나 동료들의 활약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기원이 주최 주관하고 농심이 후원하는 농심배 세계바둑대회는 한·중·일 대표 5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은 2013년 우승 이후 5년 만에 농심배 우승컵을 탈환했다. 앞서 중국은 2014년부터 4회 연속 농심배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한국의 12번째 농심배 우승컵이기도 하다. 중국은 여섯 번, 일본은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상하이=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