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최수진 기자] 셀피 촬영을 위해 얼굴을 카메라에 갖다 댄 후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위에 있는 AR(증강현실) 이모지(이모티콘) 기능을 누르니, 사진 속 얼굴이 아바타로 바뀌었다. 새로 만들어진 아바타에 청바지를 입히고 다양한 표정의 스티커를 만들었다.

갤럭시S9의 AR 이모지가 25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바르셀로나 몬주익에서 소개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 언팩이 열린 이곳에는 5000여명 내외신 취재진과 관람객들이 몰렸다.

갤럭시S9 언팩은 보는 이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충족시켜주는 무대였다. AR 이모지가 소개될 때는 좌중이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초당 960프레임을 찍는다는 슈퍼 슬로우 모션이 공개되자 관중들은 감탄사를 보냈고 놀라운 기술에 환호성을 질렀다.

삼성전자는 언팩 중간중간 참석자들에게 AR 체험을 선사했다. 언팩에 참가한 사람들이 설치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예를 들면 화면에 있는 와이파이 무늬에 앱의 AR 화면을 갖다 대면 파란색으로 변한 뒤, 자동으로 와이파이가 연결됐다. 또 언팩 행사를 위해 받은 배지를 AR 화면에 비추면 민들레꽃이 있는 갤럭시S9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미리 배포한 언팩
 앱을 켜고 배지를 비추니 육각형 모양의 상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사진=최수진 기자
삼성전자가 미리 배포한 언팩 앱을 켜고 배지를 비추니 육각형 모양의 상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사진=최수진 기자
이번 삼성전자의 언팩은 철저히 '사용자' 중심이었다. 무대부터 연출까지 관객들에게 제품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꾸몄다. 시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무대에서 화면으로 새로운 기능만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까지 동원됐다.

'깜짝 손님' 마크 주커버그가 등장해 좌중을 휘어잡았던 MWC 2016 갤럭시S7 언팩행사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현장의 전문MC나 스타들이 종종 등장했다. 이번 행사에도 깜짝 손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예상은 빗나갓다.

갤럭시S9은 언팩 내내 사용자들의 경험, 이른바 UX를 강조했다. 제품 또한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강화한 점이 느껴졌다. 이번에 핵심으로 소개된 기능들은 말이나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 이모지 등으로 소통하는 이른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사용자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늘 경험하는 일상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데 갤럭시S9이 함께한다는 콘셉트인 셈이다. 스마트폰이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카메라(camera)라는 수단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재창조(reimaged)됐다는 얘기다.

사용자는 일상에서 눈으로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생생하고 의미있게 촬영할 수 있다.초당 960개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탑재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순간도 특별하게 기록해준다. 물건이나 장소에 카메라를 갖다대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빅스비 비전'이 그렇다.
[현장+] 웃음·환호성 뒤섞인 '갤럭시S9' 언팩 "내가 스타가 된다"
물론 공개 이후에 갤럭시S9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혁신이 없다는 지적도 새어나왔다. 갤럭시S9가 전작과 동일하게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계승해 외관상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한 몫했다.

이 같은 지적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는지 모른다. 2010년 3월 갤럭시S 시리즈를 최초 공개한 순간부터 갤럭시S8까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혁신을 줄곧 하드웨어에 맞춰왔고 이러한 점을 언팩 행사에서도 공감하면서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9은 삼성전자의 변화를 담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늘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한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갤럭시S9은 '강력한 성능' 보다는 '사용자'를 우선에 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UX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혁신 아닌, 혁신이라고 볼수 있지 않을까.

바르셀로나(스페인)=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