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보며 많은 이가 “기쁘기도 하지만 참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양인에 비해 체구도 작고 동계스포츠 역사도 길지 않은 데다, 선수층마저 두텁지 않은데 연전연승하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민을 놀라게 만든 ‘각본 없는 드라마’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다만,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드는 데 선수들의 노력 이외에 기업의 후원도 적잖은 역할을 했음을 한번쯤 상기할 시점이 됐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고가의 첨단 장비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 경제적 지원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비인기 종목이었다가 이번 올림픽에서 활짝 꽃을 피운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에는 신세계, 포스코대우, LG전자, CJ제일제당 등 다수 기업이 수년간 적잖은 금액을 지원해왔다. 외국서도 유명 선수들은 기업 후원을 받지만, 보통은 자비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기업의 스포츠 지원은 역사나 규모, 지원 종목의 숫자 등에서 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동계올림픽 종합순위에서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앞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에서 기업들은 ‘찬밥’ 신세였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내고도 개막행사에 초대된 기업인은 거의 없었다. 폐회식에는 10대 기업에 귀빈석을 배정했지만 ‘홀대’ 논란을 잠재우기엔 부족하다. 과거 스포츠 지원을 했던 몇몇 기업 총수들은 뇌물 혐의로 구속됐거나 유죄 선고를 받았다. 돈은 돈대로 내고 생색은커녕 뇌물이나 특혜 시비를 건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후원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차제에 기업의 스포츠 지원을 투명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크다. 기업은 당당하게 후원하고, 원하지 않으면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후원 기업에는 상응하는 혜택도 줘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과(過)만 추궁하다 아쉬울 때는 기업에 손 벌리는 식이라면 스포츠 지원은 줄어들고, 한국 스포츠의 미래도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