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발길은 끊기고… >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 철수설’과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겹치면서 한국GM의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이달 들어 반 토막 났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시내 한 한국GM 영업점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소비자 발길은 끊기고… >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 철수설’과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겹치면서 한국GM의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이달 들어 반 토막 났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시내 한 한국GM 영업점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GM의 차 판매량이 이달 들어 확 줄어든 이유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정부에 한국GM에 대한 증자와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등 자금 지원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군산공장마저 오는 5월 폐쇄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회사의 차를 샀다가 나중에 애프터서비스(AS)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GM 안팎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 GM이 실사를 거쳐 자금 지원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한국GM의 국내 영업망이 붕괴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GM

한국GM의 국내 영업망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판매 현장에선 “GM이 철수하면 AS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 쇄도한다. 정작 구매 문의는 뚝 끊긴 상태다. 한국GM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AS센터를 외주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차를 팔 때 중고차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해온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서울의 한 영업점 간부는 “전시장에 차를 보러 오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50%가량 감소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영업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찾아와도 제품 얘기보다 AS나 부품 공급 유지 등을 확인하면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며 “기존 계약을 해지하려는 사람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너지는 한국GM 영업망… "고객들 차는 안보고 AS 얘기만 한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영업망이 먼저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영업맨들은 일부 이탈할 조짐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실적과 재무구조도 최악의 상태다. 한국GM은 작년에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1조6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3조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본 셈이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동기(12조2342억원)보다 12.5%가량 줄어든 10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산은은 추산하고 있다.

◆“정부, 결정 앞당겨야”

산은은 이번 주말 한국GM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다. 실사가 당초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면 4월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GM 본사의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음달 예정된 GM 본사의 신차 배정을 시작으로 △자구책에 대한 노사협상 타결 △3월 차입금(7000억원) 만기 연장 △증자 및 대출, 세금 감면 등 자금지원 방식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자칫 실사 및 협상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실사 및 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GM 본사 간 협상이 더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 지원 방식은 시간을 갖고 정하더라도,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GM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나중에 돈을 넣어도 살리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돼 있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 방향과 지원 여부를 빨리 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박종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