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차 협력사로 반도체 제조 라인에 필요한 진공펌프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프로메카는 2016년 충남 아산에 신공장을 지었다.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애초 예상보다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심하던 프로메카는 1차 협력사인 엘오티베큠의 권고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 혁신 프로그램인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했다.

컨설팅 결과 “여러 공정에 쓰이는 작업 도구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프로메카는 생산 라인 작업 도구들을 통합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삼성전자에서 지원받았다. 그 결과 프로메카의 제품 불량률은 평균 5%에서 3%로 ‘뚝’ 떨어졌다.

성인호 프로메카 대표는 “2016년부터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한 결과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신규 주문이 증가해 회사 매출과 고용도 늘었다”고 말했다.
산업혁신운동 5년, '기술력 날개' 단 중소기업, 일자리 1만개 창출
◆중소기업 1만 곳 참여

대기업과 협력사들의 동반 성장을 위해 2013년 시작된 산업혁신운동이 2, 3차 협력사의 혁신을 지원하는 성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산업혁신운동 성과보고대회를 열어 201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의 1단계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1만여 곳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원가 절감과 품질 제고 등을 통해 평균 7700만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매출이 늘어나 추가로 생긴 일자리가 1만 개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혁신운동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손잡고 2, 3차 협력사들의 경영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신청한 중소기업은 2000만~4000만원 범위에서 컨설팅 비용과 설비 자금을 지원받는다.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은 품질 제고 효과 외에 법인세 세액공제(출연금의 10% 한도)와 동반성장지수 가점 등의 혜택을 받는다.

2, 3차 협력사들의 사정을 훤히 아는 대기업 1차 협력사들 사이에서 “품질 제고 효과가 크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여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효과를 본 중소기업들이 또다시 신청하는 것도 공통된 현상이다.

충남 천안에 있는 초정밀 금형가공업체인 성우는 LG이노텍의 추천으로 2014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4년 연속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성우는 △실용신안 출원 등 기업 정보 관리 △금형구조 및 세척라인 구조 개선 △조립품 불량 여부 검사 자동화 △불량 검사 자동화 설비 고도화 등의 제조 혁신을 차례로 추진했다.

◆대·중소기업 만족도 모두 높아

박종헌 성우 대표는 “대기업과 함께 혁신을 추진하니 검사 자동화 설비 도입처럼 승인 절차가 까다로운 공정 변경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며 “혁신운동 참여를 거듭하면서 임직원 사이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찾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산업혁신운동에 참여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혁신운동에 참여한 기업 50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91.3%에 달했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8.7%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88.6%가 ‘지속적인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92.4%는 ‘주변 기업에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손영기 대한상의 산업혁신운동중앙추진본부 기획조정팀장은 “중소기업들이 산업혁신운동을 계기로 생산성 제고와 기술 혁신을 위한 추가 투자에 나서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이런 효과로 인해 자연스럽게 회사 매출이 증가하고 고용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