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25일 한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대남도발의 배후인물로 지목돼왔다. 이 때문에 천안함 폭침 유족과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을 중심으로 김영철 방문 반대 여론이 매우 컸다. 김영철 일행은 결국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한 채 우회해서 겨우 서울 땅을 밟았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을 포함한 지원인력 6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49분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9시53분께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들을 CIQ에서 맞았다.

김영철은 CIQ에 있던 취재진의 천안함 관련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지나갔다. 이후 오전 10시15분 차량편으로 이동했다.

통일대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영철의 방한 저지를 위해 점거농성을 벌여 폐쇄 상태였다. 김영철 일행은 지방도 372번으로 우회한 뒤 통일대교 동쪽에 있는 민통선 내 작은 다리 전진교를 통과했다.

국방부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는 군사도로 또는 전술도로가 아니다”며 “전진교에 민통선 초소가 있지만 다리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철 일행은 오전 11시50분께 숙소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잠시 휴식했다. 이후 오후 2시30분께 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경기 남양주 덕소역으로 향했고, 덕소역에서 오후 3시22분 KTX를 타고 강원 평창으로 갔다. 김영철은 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동시 입장하자 옆자리에 앉은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에게 귓속말을 한 뒤 함께 일어나 박수를 쳤다.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문한 역대 북한 대표단 중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한 건 김영철 일행이 처음이다. 김영철 방문에 국민 반감이 큰 상황에서 통일대교 남단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도 벌어지면 여론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우회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대표단 여덟 명 중 김영철과 이선권 등 다섯 명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한 시간가량 평창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우리 측에선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다섯 명이 함께했다.

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