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맞은 삼성 휴대폰… 이렇게 변했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신 정보기술(IT) 제품과 화려한 신기술이 쏟아진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6일 개막하는 MWC 부스 한쪽에 골동품을 잔뜩 들여놓았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는 휴대폰을 처음 출시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주요 제품의 역사와 ‘갤럭시’ 디자인 철학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1호 휴대폰은 1988년 출시된 ‘SH-100’이다. 서울올림픽에 맞춰 선보인 이 전화기는 길이가 40㎝, 무게는 800g가량에 달해 한 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술로 개발한 첫 휴대폰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갤럭시의 성공을 낳은 ‘뿌리’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994년 ‘애니콜’ 브랜드를 단 첫 번째 휴대폰 ‘SH-770’을 내놨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폰인 ‘SCH-100’을 선보였다. 당시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광고로도 유명했던 애니콜은 모토로라의 아성을 깨고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1999년 ‘SPH-M2500’), 시계에 휴대폰을 결합한 워치폰(1999년 ‘SPH-WP10’), 카메라를 내장한 CDMA 휴대폰(2000년 ‘SCH-V200’), 영상 녹화 기능을 넣은 휴대폰(2002년 ‘SCH-V300’) 등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초’ 수식어를 선점했다.

국내에 이어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오른 것도 이즈음부터다. 2003년 출시한 안테나 내장형 휴대폰 ‘SGH-E700’은 유럽 언론에서 “휴대폰계의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찬사를 받아 이른바 ‘벤츠폰’으로 통했다.

2010년부터는 풀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인 ‘갤럭시 S’ 시리즈, 이듬해에는 펜으로 눌러 쓰는 독특한 사용감을 앞세운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등장했다. 특허 소송으로 상징되는 애플과의 경쟁, 중국 업체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MWC 부스에 전시된 낡은 전화기들은 30년 전 ‘벽돌폰’으로 시작해 ‘인공지능(AI) 비서’ 수준까지 진화한 삼성전자의 기술 변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