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통령 전용기
대통령 전용기는 대부분 군용기에서 출발했다. 1940년대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전폭기와 수송기를 개조한 것이었다.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 공군 1호기)이라는 이름처럼 공군이 직접 운용했다. 1950년대 들어서는 더글러스와 록히드의 여객기를 개조해 썼고, 1960년대 이후 보잉 여객기를 활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에어포스 원은 1963년 11월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 당하기 직전 이용한 전용기다. 당시 부통령 존슨은 케네디의 유해를 워싱턴DC로 운구하는 동안 기내에서 제3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한 대가 아니라 동일기종 두 대다. 한 번 움직일 때 두 대가 함께 뜬다. 테러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어느 기체에 대통령이 타고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한다. 비행 스케줄도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기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일본은 전용기로 자위대 소속 보잉 747-400 두 대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과 프랑스 독일도 두 대씩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산 여객기 일류신을 개조해 전용기로 쓰고 있다. 영국은 G8 국가 중 유일하게 전용기 없이 영국항공의 정규항공편이나 전세기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도 고려항공 소속 비행기 두 대를 전용기로 쓰고 있다. 북한의 전용기 명칭은 참매 1호다. 참매는 북한의 상징새다.

한국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도 군 수송기였다. 6·25 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이 잠시 이용한 C-47 다코타 수송기가 전용기 1호다. 이후 제대로 된 전용기가 없어 대통령의 외국 방문 때마다 방문국의 전세기에 의존하거나 민항기를 이용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 때는 서독 정부가 민항기인 루프트한자의 도쿄~프랑크푸르트 노선 일등석을 비운 뒤 김포공항에 들러 박 대통령 일행을 태우고 갔다.

한때는 40인승 군용기를 전용기로 쓰기도 했으나 낡은 기종에 항속거리도 짧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현재 대통령이 해외 방문에 이용하는 비행기는 전용기가 아니다. 명칭은 ‘공군 1호기’ ‘코드 원’이지만 대한항공 여객기를 빌려서 쓰는 전세기일 뿐이다. 임대 만료 기한이 약 2년 남아 다시 임차할지 전용기를 구입할지 결정할 시점이다.

국격에 맞는 전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 반대로 무산됐고, 지금의 여당도 그런 ‘원죄’를 안고 있지만 국력과 경제 규모에 맞는 전용기 필요성에는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용기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외교력을 키우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미래가 걸린 국가 안보와 통상 무역 분야에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