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를 13년 가까이 이끌어온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 회장 겸 르노 최고경영자(CEO·64)가 르노 CEO로 4년 더 일한다. 앞서 곤 회장은 르노 CEO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를 대체할 적임자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르노 이사회는 지난 15일 곤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오는 6월15일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2005년부터 르노 CEO로 재임해온 곤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17일 프랑스 의회 청문회에서 “앞으로 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를 아우르는 3사 연합을 이끄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닛산자동차 사장 겸 CEO직을 사이카와 히로토 현 CEO에게 양보한 것처럼 르노 CEO에서 물러나 르노 닛산 미쓰비시 3사 연합의 조정역에 전념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르노 이사회가 곤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그의 뒤를 이을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 이사회는 2017년 말 헤드헌팅 회사를 활용하면서까지 후계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르노 이사회는 수년간 후계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데 소홀했다”며 “곤 회장은 자신을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르노는 어느 모로 보나 나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 등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주주들도 곤 회장 사임 시 르노·닛산·미쓰비시의 글로벌 제휴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의 연임으로 르노의 적극적인 시장 확장 전략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르노는 2022년까지 12종의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출시해 매출을 2016년 대비 40% 많은 700억유로(약 93조2000억원)로 늘릴 계획이다. 차량 세계 500만 대 판매, 영업이익률 7% 달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FT는 르노가 “닛산, 미쓰비시와의 긴밀한 통합과 신흥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