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등 공식 교체…사외이사 진용 '주목'
정부 압박 '순환출자 해소' 방안 발표 가능성도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가 본격적인 경영 복귀와 함께 이사회 강화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지, 또 정부와 정치권에서 압박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특단의 카드가 나올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될까
삼성전자는 다음달 23일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새롭게 대표이사가 된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등이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또 이사회 의장에는 지난해말 CFO(최고재무책임자)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전자 이사회의 사내이사는 종전의 4명에서 5명으로 늘게 된다.

3명의 부문장 외에 이사회 의장이 추가되고, 여기에 등기이사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포함하면 5명이다.

재계의 관심사는 이처럼 사내이사가 늘면서 추가로 선임될 사외이사로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 인사가 올 것이냐의 여부다.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의 과반수로 선임해야 한다.

지금은 사외이사가 5명인데, 사내이사가 5명으로 늘면 사외이사도 최소한 1명 늘어야 한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 자리에 지난해부터 물색해온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글로벌 기업 출신의 사외이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이 가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이 부회장의 구속 등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으나 최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남에 따라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이번 이사회에서 임기가 만료될 사외이사 2명의 후임 인선도 해야 한다.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사외이사 5명 가운데 김한중·이병기 교수가 다음 달 15일로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들을 재선임하거나 후임자를 새로 임명해야 한다.

이처럼 사외이사진이 보강될 경우 거버넌스위원회의 활동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이사회 산하 조직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 사항의 심의, 주주와의 소통 강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이사회와 그 산하조직들에 대해 기능·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선' 정부 압박에 선제 대처 가능성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주요 대기업이 3월 주총 때까지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미흡하게 내놓을 경우 올해 하반기에 강한 제재와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달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고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런 발언들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삼성그룹에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천으로 이해된다.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 회장이 3.88%,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84%, 이 부회장이 0.65%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37%에 불과하다.

하지만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하면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올라간다.

삼성생명이 8.27%, 삼성물산이 4.65%, 삼성화재가 1.45% 등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이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다.

이런 지분의 연쇄 고리를 이용해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황을 타개하라는 것이 순환출자 해소 요구의 핵심이다.

여당에서는 금산 분리를 위해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할 당시 가격(취득원가)으로 계산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상당 부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 당국이 도입을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도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방안은 그룹 계열사 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 때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적격자본'에서 빠지게 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2.11%, 404만 주)도 처분해야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삼성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도 자율적인 대처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삼성에 비판적인 눈초리를 누그러뜨리려 '보따리'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이 당장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조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험업법이 개정되거나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으로서는 지분 매각 등의 조치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며 "강제적으로 떠밀려 하기보다 자발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