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외국인 노동자 유치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건설업의 생산성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지만 한국의 ‘정책 시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산하 건설환경 종합연구소는 13일 ‘일자리 지도가 필요한 한국 건설’이라는 제목의 정기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일자리 쪼개기’와 ‘현장 기능인력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향후 한국 건설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기술혁신을 반영한 새로운 건설전문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4차 산업혁명이 이미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2015년 12월 20년 내 기계화·자동화 등으로 기능인력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이 같은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다케나카건설은 2015년 오사카 이바라키시 축구장 건설사업에서 공법 혁신으로 기능인력을 기존 대비 6분의 1만 투입하고도 공기를 40%가량 단축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건설업계 수주액은 211조원으로 1995년(66조2000억원)의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건축·토목 등 건설 관련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90%대에서 50%대로 낮아졌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는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는 현 정부에 5~10년 뒤 각 산업별 일자리 전망치를 담은 ‘일자리 지도’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당장의 일자리 확보에 급급하기보단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10년 뒤 건설 일자리 수요에 대한 어떠한 예측 자료조차 없다”며 “일자리지도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인재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