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리턴' 진퇴양난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주연배우 고현정이 중도 하차한 SBS 드라마 ‘리턴’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8일 하차가 공식화된 뒤 시청자들이 고현정의 ‘리턴(복귀)’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서다.

고현정의 소속사 아이오케이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어떤 한 사람이 문제라면 작품을 위해서라도 그 한 사람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SBS의 하차 통보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SBS는 7일 “고현정 씨와 제작진 사이의 갈등이 너무 커 더 이상 함께 작업할 수 없어 주연배우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고현정 측에 하차를 통보했다. SBS는 “촬영장에서 스타들의 갑질이 도를 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무리 스타 캐스팅이 중요하다지만 제작진을 무시하는 상황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양측의 갈등 원인은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극 중 고현정의 캐릭터 문제, 출연 분량 등의 문제로 다툼을 거듭하다 최근 촬영장에서 PD를 폭행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소속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촬영 초반 고현정의 불성실한 태도가 갈등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촬영 시간을 지키지 않아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을 기다리게 한 것은 물론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SBS는 “드라마가 원래 의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고현정이 연기한) 최자혜 역을 맡을 배우를 물색하는 등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고현정의 복귀를 요구하며 방송사를 비난하고 있다.

고현정의 하차 소식을 다룬 각종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현정이 없는 리턴은 단무지 없는 김밥과도 같다” “고현정이 출연하지 않으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냐”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의 갑질이 아니라 방송사가 배우에게 갑질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리턴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현정의 하차에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10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고현정의 소속사는 “시청자의 뜻은 알겠으나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소속사는 “리턴이 무사히 잘 끝나길 바랄 뿐”이라며 “더 이상 이 문제가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BS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난 여론이 제작진에게 쏠리고 있어서다. 고현정을 대체할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대체 배우를 찾기가 원래 어려운 데다 ‘고현정의 리턴’을 요구하는 시청자들 때문에 더 어려워진 것이다. 몇몇 배우에게 출연을 제안했으나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한다. 논란에 휘말리기 싫다는 얘기다.

SBS 관계자는 “최선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고현정의 ‘리턴’도, 새로운 대책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현정의 책임을 입증할 자료와 증언 등을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위험 부담이 만만찮다. SBS는 “고현정 씨가 오는 14일 방송될 15, 16회 방송분의 법정 장면 촬영은 마쳤고, 촬영하지 못한 다른 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박슬기/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