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한국 정부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한국GM에 대해 △증자 참여 △대출 재개 △세제 지원 등을 공식 요청하면서 GM 측의 진의와 노림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요청인지, 아니면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GM은 그동안 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GM에 돈을 빌려주며 근근이 끌고 왔다. 5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한국GM의 경·소형차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연간 약 15만 대에 달하는 한국GM 내수시장 판매량과 촘촘한 국내 부품 공급망도 GM이 쉽게 손을 떼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산은이 이번 지원 요구를 거부하면 GM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고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GM은 그동안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 인도, 호주 등에서 잇달아 발을 빼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재편해 왔다.

만약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클 전망이다. 당장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다. 한국GM 직원 수는 1만6000여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수(1·2·3차 포함)는 3000여 곳에 이르며 관련 종사자만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평 창원 군산 보령 등 공장이 들어선 곳의 지역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져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주변 상권까지 함께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산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와 맞물려 지역 경제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철수하면 3000여 곳에 달하는 한국GM 협력업체가 줄도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일부는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곳도 있어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