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덜 나와도 OK" 강동으로 옮겨간 투자 열기
서울 강동구 아파트 몸값이 뛰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아파트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 가능성 등을 잇따라 발표하자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재건축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강동구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는 4.2%(2일 기준) 급등했다. 1주일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상승세가 절반 수준으로 꺾인 강남구 서초구 등과는 대조적이다.

"이주비 덜 나와도 OK" 강동으로 옮겨간 투자 열기
오는 4월 분양을 앞둔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엔 향후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판단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조합원 물건의 이주비 승계를 40%만 받을 수 있어 여유 자금이 많아야 하는데도 매수자가 찾는 추세다. 7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전용 62㎡를 매수하려면 이주비의 60%(약 1억8000만원)를 포함해 매수비 취득세 중개비 등까지 모두 5억~6억원을 준비해야 한다.

이학중 강동공인 대표는 “자금 부담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많지 않았으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부담금 등이 우려되는 강남구 등보다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시세도 오름세다. 전용 65㎡는 이달 초 8억원에 실거래가 있었으나 지금은 8억2000만~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6월 7억원 선에서 지난해 말까지 큰 변동이 없던 곳이다.

이주가 마무리된 ‘둔촌주공’(사진) 호가도 한 달 새 2억원 이상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둔촌주공 4단지 전용 70㎡는 1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연초엔 10억원 선이었다. 금탑공인 관계자는 “4월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 싶은 매도자들이 최근 호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극대화 차원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도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단 한 건 나와 있는 전용 84㎡ 저층 물건도 1억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9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2000가구가 넘었는데도 매물이 적어 매수자가 양도세를 대납하더라도 계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2년차에 접어든 고덕동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최근 가구당 1000만~5000만원씩 올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