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장웅 북한 IOC 위원 "평창올림픽이 남북교류 모멘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80·사진)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장 위원은 6~7일 평창에서 열리는 제132차 IOC 총회에 참석하고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을 참관한다.

장 위원은 “(정치적으로 화해 무드가 생겨야 체육 교류를 할 수 있다는) 말 그대로 되지 않았나. 북남이 고위급 회담을 했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긍정적인 신년사도 있었다”며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스포츠 교류도 힘을 받는다. 당연한 이치다. 분열된 우리 민족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장 위원의 방한은 7개월여 만에 다시 이뤄졌다. 장 위원은 작년 6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전북 무주에서 연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시범공연을 할 때 이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당시 그는 “정치 문제가 해결돼야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WT는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한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장 위원은 민감한 문제를 특유의 위트로 넘기기도 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화두에 오르자 “아웃 오브 마이 비즈니스(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뜻)”라고 잘라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출전 선수 문제도 “내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웃으며 피했다.

1938년생으로 올해 80번째 생일을 맞는 장 위원에게 평창 대회는 IOC 위원 자격으로 치르는 마지막 올림픽이다. 1996년 총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현 IOC 명예위원)과 함께 IOC 위원에 선출된 그는 올해로 임기를 마친다. IOC 위원 정년은 70세이나 1999년 이전 선출된 위원의 정년은 80세다. 그는 남북 체육 교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평창올림픽은 좋은 모멘텀이다. 이 좋은 동력을 살렸으면 좋겠다. 다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 선수 출신인 장 위원은 IOC에 발을 들여놓은 뒤 북한을 대표하는 국제 스포츠 인사로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태권도를 수련하지는 않았지만 2002년 북한에서 사망한 최홍희 초대 총재의 유언에 따라 ITF 총재로 선출됐다. 이후 2015년 종신 명예총재로 추대될 때까지 13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장 위원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남북 체육 교류를 위한 중요한 파트너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때 당시 WT 총재였던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함께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주역도 장 위원이다.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비롯한 북한 선수단 참가, 남북 선수단 개·폐회식 공동입장 등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도 힘을 보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