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을 둘러싸고 중국과 이 유역 5개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수력발전을 위한 대규모 댐 건설 등 메콩강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메콩강에 의지해 사는 농·어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주변국과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남중국해에서와 비슷한 분쟁이 메콩강에서도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메콩강 '제2 남중국해' 되나… 중국, 물줄기 맞닿은 5개국과 갈등
◆메콩강 주변 6개국의 ‘물 전쟁’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중국 남부 윈난성과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섯 개 국가를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총 길이 4880㎞, 유역 면적 81만㎢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강이다. 중국은 란찬강으로 부른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메콩강 개발을 시작했다. 중앙정부와 티베트자치구·칭하이성·윈난성 등 세 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란창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상류에 초대형 댐을 지어 수력 발전에 활용하고, 중류에는 대형 선박의 이동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7개의 대형 댐을 완공했고 추가로 21개의 댐을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댐 건설로 메콩강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2010년과 2016년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었는데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메콩강위원회(MRC) 4개국은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대형 댐을 건설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메콩강 삼각주 주변 60만 명이 식수 부족에 시달렸고, 이들 국가는 메콩강 일대 농업과 양식업, 선박 운항 등 각종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중국이 최근 메콩강의 퇴적지형과 작은 섬을 폭파해 바지선이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뚫기 위한 사전조사에 나서자 주변 5개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대형 댐 건설을 지속할 뜻을 밝히자 이들 국가는 댐 건설과 운영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메콩강 유역 5개국도 중국에 맞서 2030년까지 40여 개의 댐을 지을 계획이어서 양측의 ‘물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조와 투자로 주변국 끌어안는 중국

중국은 메콩강 유역 5개국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막대한 원조와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국가마다 다른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16년 하이난 싼야에서 메콩강 유역 5개국과 함께 처음으로 ‘란찬강-메콩강(란메이) 정상회의’를 열어 7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과 5개국 외무장관은 또 지난달 중국 남서부에서 만나 메콩강 개발을 위한 5개년 계획 초안에 합의했다. 이달 말 각국 지도자들이 캄보디아에서 회의를 열고 최종 개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천연가스, 원유, 고무, 목재, 석탄, 철, 구리, 니켈, 우라늄 등 주요 천연자원이 풍부한 메콩강 유역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각국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개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메콩강의 유량과 흐름이 바뀌고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측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메콩강이 남중국해 이후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간의 가장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세안 회원국이기도 한 이들 5개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에 속도를 내자 이에 적극적으로 맞서 왔다. SCMP는 “5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개발 협력 사업을 내세워 중국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견제에 나선 일본

일본은 메콩강 유역 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에 대규모 원조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5년 7월 도쿄에서 메콩강 유역 5개국 정상과 ‘일본·메콩강 지역 국가 정상회의’를 열어 3년간 이들 지역에 7500억엔(약 7조5000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캄보디아를 제외한 4개국을 방문해 양자 협력과 안보 분야 공동 대응 방안에 관한 협력을 맺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인 2009년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4개국과 처음으로 ‘미·메콩강 유역 각료회의’를 했다. 이후 1억61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협력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