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3일 오후 3시55분

[마켓인사이트] 이랜드, 재무구조 개선작업 지연
이랜드그룹의 국내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국내 사모펀드(PEF)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1조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수익률, 투자 회수 등 세부 조건을 놓고 투자자와의 의견 조율에 끝내 실패해서다.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던 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구조조정 전문 PEF 운용사인 키스톤PE를 대상으로 1조원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펀드 중순위 투자자로 나선 메리츠종금증권 등과 세부 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은 이르면 4일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나설 것’이라는 내용으로 공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켓인사이트] 이랜드, 재무구조 개선작업 지연
키스톤PE는 당초 70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이랜드월드가 발행하는 CPS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중순위와 후순위 투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이 마지막에 제시한 투자 조건을 이랜드그룹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펀드가 설립되면 3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로 한 NH투자증권도 최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안을 부결했다.

이랜드월드는 당초 올해 초까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한 뒤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프리IPO를 통해 부채비율을 100% 중반대로 낮춰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끌어올리고, 이후 회사채를 발행해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프리IPO가 무산되면서 이 같은 계획은 일단 벽에 부딪혔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프리 IPO를 실시하고 이랜드리테일 홈&리빙 사업부문(모던하우스)을 매각하는 등 자구 계획을 통해 1조31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253.5%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 안팎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목표치인 100% 중반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게다가 메리츠종금증권 등으로부터 빌린 만기 6개월의 브리지론(단기대출) 3000억원도 오는 3월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9월 이랜드차이나홀딩스 지분과 부동산 후순위 자산 등을 담보로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익률, 투자회수 방법 등 투자 조건을 개선해 조만간 다른 투자자를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 번 무산된 거래를 다시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