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북한 불법 유류 지원 혐의와 관련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caught red handed)”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계속된다면 내가 항상 하고 싶다고 말해 왔던 일들을 정말로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결의를 어기고 북한 지원 행위를 계속한다면 무역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석유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합의한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 선박들이 지난 10월 이후 서해 공해상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선박들로부터 유류를 넘겨받는 밀수 현장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도 “딱 걸렸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들어 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희망에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 있어 “그동안 관대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라는 위협이 거기 있고 그것은 중국에도 좋지 않다”며 “그들은 우리를 훨씬 더 많이 도와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항상 하고 싶다고 말해 온 일들을 정말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그들을 터프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7일 복수의 기업 관계자와 분석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초 중국 관련 무역분쟁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곧 결정할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 결정, 수입 알루미늄과 철강 대응 조치, 지식재산권 침해 및 기밀 탈취 행위 보복조치 등에 모두 중국이 연관돼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관련해 열린 미·중 기업협의회 이사회 멤버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단순히 중국과의 추가 대화를 통해 해결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관련 선박이 중국 항구를 출입한 기록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반박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