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설업계의 화두는 입주대란을 막는 것이다. 내년 입주 물량이 1991년 이후 최대인 44만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내년 '입주 대란' 우려에 밤잠 설치는 건설사 CEO
내년 1분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7만9000여 가구)보다 63.3% 증가한 12만8239가구다. 이 중 최근 침체 국면에 들어선 지방(7만2300가구) 비중이 56.3%로 높다. 2010년 이후 대도시 집값이 차례로 상승하면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계약자가 계약을 파기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입주대란이 발생하면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격이 평균 5억원인 1000가구 단지 중 절반인 50%가 입주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최근 중도금 비중이 40~50%로 줄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70%까지 차지했다. 빌린 사람은 아파트 계약자지만 건설사가 연대보증을 선 경우가 많다. 건설사는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를 적용해 수요자를 끌어들였다. 계약자는 계약금 5%만 내거나 정액제로 1000만원만 내도 입주 때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웃돈을 노린 투자자(가수요)가 계약자 중 상당수다. 입주 때 가격이 분양금을 밑돌면 투자자는 아파트를 포기할 수 있다. 중도금을 대출해준 금융회사는 바로 건설사에 중도금을 갚으라고 독촉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는 1750억원(중도금 70%, 계약 해지 50% 가정)을 한꺼번에 대납해야 한다. 웬만한 중견사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이 빠지는 상황에서 해약분을 금방 다시 팔기도 힘들다.

연간 2만 가구 안팎을 공급한 대형 건설사도 입주 리스크에 자유롭지 않다. 공급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리스크도 그만큼 더 크다. 2000가구(분양가 평균 5억원, 중도금 70% 가정)가 제때 입주를 안 하면 단기간에 7000억원을 물어내야 된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팀장은 “서울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요 자체가 제한적인 데도 입주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일부 건설사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탓에 일부 건설업체 경영자들이 밤잠을 설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매일 입주 점검을 한다”며 “내년은 입주 리스크 제거에 총력을 펼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