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용산 참사 등으로 주춤했던 서울 용산 일대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용산역 일대 개발을 위한 밑그림이 하나둘 마련되는 가운데 한강변과 맞닿은 동부이촌동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도 본격 이뤄지고 있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유엔사 부지·외인아파트 개발 등도 탄력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용산 부동산시장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강변 재건축 시동… 국제업무지구 개발 재개
‘정비창 전면’ 주상복합타운 변신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용산역 정비창 전면 도시관리계획 변경 및 정비계획수립·구역 지정안’ 등 용산구 일대 정비계획 4건이 통과됐다. 용산역 일대의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인 마스터플랜도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한강변 재건축 시동… 국제업무지구 개발 재개
용산역 주변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역 정비창(옛 국제업무지구)’ ‘정비창 전면’ ‘국제빌딩 주변’ ‘용산역 전면’ 등 4곳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이번에 도계위에서 통과된 ‘용산역 정비창 전면’은 국제업무지구 남동쪽 주거지역이다. 지금은 낡은 주택과 상가가 밀집해 있다. 정비계획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은 최고 높이 100m의 주상복합타운으로 개발된다. 조합은 주거시설 4개 동, 업무시설 1개 동, 오피스텔 2개 동, 공공청사 1개 동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국제빌딩 주변 구역 중에서 난항을 겪던 5구역도 이날 최고 39층 높이 주상복합건물로 개발하는 안을 승인받았다. 이 부지에는 당초 의료관광호텔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의료관광 바람이 시들해지면서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말 의료관광시설에 적용되는 용적률 인센티브 시한이 끝나면서 주상복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제빌딩 주변 1구역(아모레퍼시픽 신사옥), 2구역(LS용산타워), 3구역(용산센트레빌아스테리움) 등은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4구역에는 효성이 주상복합 ‘센트럴파크 헤링턴스퀘어’ 공사를 하고 있다.

국제업무지구는 다시 개발을 준비 중이다. 2013년 자금조달 문제로 사업이 좌초돼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가 용산역세권과 국제업무지구를 아우르는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소송과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이 일대 349만㎡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촌동 재건축 속속 진행

용산 한강변의 고급 주거지 이촌동 아파트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도계위에서는 서빙고아파트지구 한강맨션의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5층 660가구 규모의 단지가 최고 35층 1490가구로 재건축된다. 한강맨션과 맞닿아 있는 한강삼익아파트도 최고 35층 337가구로 재정비된다. 두 아파트는 이촌동 내에서도 한강 조망권이 뛰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서빙고지구의 대장주로 꼽히는 신동아아파트는 최근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용산 일대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정비창 전면 구역의 노후 주택은 400가구 규모지만 중개업소에 올라온 매물은 2~3개에 그친다. 대지지분 26㎡ 규모 다세대주택은 3.3㎡(평)당 1억원을 호가한다. 가구 수가 가장 많은 66~89㎡ 규모 단독주택은 3.3㎡당 6000만원 수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시세에 큰 변화는 없지만 도계위 발표가 나기 전후로 매물이 다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호가는 최근 5개월 새 3억원 이상 급등했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전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거래가 되지 않지만 예외 규정을 적용받는 전용 122㎡ 매물이 23억원을 호가한다.

이창근 아세아공인 대표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20억원 이상에 거래된 사례가 없었다”며 “거래가 가능했더라도 매물이 거의 다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2억500만원에 실거래된 삼익아파트 전용 145㎡는 최고 16억원까지 올라섰다. 한가람아파트 전용 59㎡는 7월(8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이상 올라 9억원 초반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조수영/김형규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