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위기대응에 취약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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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이나 일자리 증가 등 실속 없어
노동개혁·구조조정 논의만 중단된 상태
'10년주기 경제위기' 되풀이하지 말아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노동개혁·구조조정 논의만 중단된 상태
'10년주기 경제위기' 되풀이하지 말아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다산 칼럼] 위기대응에 취약한 국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07.14270871.1.jpg)
요즘 대학생들에게 외환위기 이야기를 하면 구석기 시대 수준의 이야기를 듣는 표정이다. 사실 그동안 강산이 두 번 변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외환위기 전후 경제 여건은 많이 변했다. 우선 구제금융 신청의 직접적 원인인 외환보유액이 지난 9월 말 현재 3848억달러나 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1996년 230억달러에 달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올해는 1000억달러 흑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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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출이 기록을 경신하면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11개월간 증가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무역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래 61년 만의 월간 사상최대액을 기록했다. 반도체·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주요 주력 업종 수출도 9월 중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를 제외해도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3% 늘었다. 수출 지역도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도 골고루 늘었다. 이는 우리의 수출경쟁력 향상보다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반도체와 정보통신 분야 신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은행과 IMF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기존의 2.8%와 2.7%에서 모두 3.0%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듯이 이번에도 정치위기와 국정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노동개혁이나 구조조정 얘기는 쑥 들어가 버렸다. 수출이 늘고 성장률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수출 호조가 투자와 소비를 견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여전히 낮고 수입유발계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수출 활황이 숫자만 커질 뿐이지 침체된 국내 경기에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는 실속이 없다는 이야기다. 마치 한국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가별 ICT 발전지수에서 2010년 이후 7년 동안 단 한 해를 빼고 1위를 유지했음에도 4차 산업혁명 준비 순위(스위스 UBS 보고서)는 139개 국가 중 25위에 불과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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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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