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층 고집 꺾은 은마아파트 35층으로 달린다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결국 서울시의 ‘최고 35층 룰’을 수용하기로 했다. 49층 재건축안과 35층 재건축안을 주민투표에 부친 결과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35층 안을 선택했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도시계획 원칙을 수용해 서둘러 재건축하는 쪽을 선택했다.

◆투표자 71% “35층으로 낮추자”

49층 고집 꺾은 은마아파트 35층으로 달린다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재건축 층수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시행한 주민투표에는 토지 등 소유자 4803명 가운데 약 76%인 3662명이 참가했다. 투표자의 71%인 2601명이 최고 35층 재건축안을 선택했다. 이 결과를 수용해 추진위는 최고 35층 5900여 가구(임대 800가구)로 재건축하는 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18개 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2003년 12월 추진위를 설립했지만 15년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재건축안 심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시 도시계획 원칙에 배치하는 최고 49층 재건축안을 고집한 까닭이다.

49층 고집 꺾은 은마아파트 35층으로 달린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 최고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는 대치동 일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층수를 높이려면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야 한다.

추진위는 인근에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인 SETEC이 있어 종상향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거지역에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된 은마아파트 재건축안에 ‘미심의’ 판정을 내렸다. 심의 자격이 없는 안건이란 뜻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도시계획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도 준주거 예정지역과 일반주거지역에 최고 50층을 짓는 재건축안을 마련했으나 서울시의 반대로 포기했다. 서울시는 광역중심 기능이 있는 준주거 예정지역 3개 동에 한해 초고층을 허용했다. 앞서 반포주공1단지도 42층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최고 35층으로 낮추고 나서야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한때 내년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장이 교체될 때까지 버텨 초고층 재건축을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서울시의 원칙이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침을 수용해 재건축을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사라지자 호가 뛰어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최고 35층 재건축을 선택하면서 사업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추진위원장은 “주민의 뜻이 확인된 만큼 새로운 정비계획안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다음달 중 서울시에 새 정비계획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호가는 최근 들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 7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76㎡는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49층 재건축안에 미심의 결정을 내리자 12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추진위가 주민투표를 통해 층수를 결정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는 13억3700만원이다. 현재 호가는 14억원에 달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선한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