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가 가을 뮤지컬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폐막을 20여 일 남긴 현재까지 14만 명의 관객몰이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기 공연을 한 다른 대형 뮤지컬이 5만~8만 명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꾸준히 동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해온 게 원동력”이라며 “한국인 취향에 맞게 작품을 각색하는 데 성공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6일 공연계에 따르면 최근 뮤지컬 시장에는 레베카 흥행이 두드러진다. 레베카는 2013년 국내 초연한 뒤 지난해까지 모두 3개 시즌 공연으로 누적관객 수 30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8월10일 개막한 뒤 이날까지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막이 내리기 직전에 관객이 더 몰리는 공연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많게는 3만 명까지 더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시기 공연한 다른 대형 뮤지컬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공연계 관계자는 “한 시즌 공연으로 10만 명을 넘기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예매 점유율 순위도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레베카는 이런 흐름도 뒤집고 있다.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 인터파크티켓을 보면 레베카는 뮤지컬 월간 예매 점유율에서 8~10월 내내 1위를 고수했다. 주간 예매 점유율에서도 10월 내내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유리 서울예술대 예술경영전공 교수는 “그동안 EMK뮤지컬컴퍼니는 동유럽 국가에서 뮤지컬 라이선스를 구매한 뒤 이를 한국 사람 정서에 맞게 각색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며 “국내에서 동유럽 뮤지컬 선호도가 높아진 게 이번 흥행의 주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레베카를 비롯해 이 회사의 다른 흥행작 ‘엘리자벳’ ‘더 라스트 키스(구 황태자 루돌프)’ ‘모차르트!’ 등도 모두 동유럽에서 수입된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관객은 파워풀한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나 강렬한 자극을 주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을 많이 넣는 쪽으로 원작을 각색한 점도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저택이 불길에 휩싸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위 특정 장소에 실제로 붙이는 불의 크기를 키우는 등 이번 시즌 공연을 더 극적으로 각색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흡입력 있고 작품 고유의 개성이 담긴 킬링 넘버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