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응답하라 국회, 응답하라 2018!"
10년은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그대로인 것이 있다. 바로 ‘87년 체제’라 불리는 지금의 헌법이다. 현행 헌법하에서 우리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급변하는 권력 구조 속에서 국민적 열망을 담기에는 부족해, 지금 변화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목표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역주의 극복과 정당정치 회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다.

87년 체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 체제다.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선거 등식이 생겨났다. 1당 싹쓸이 투표 행진이 계속됐다. 지역주의의 폐해는 극심했다. 유권자에겐 오직 정당만이 선택의 잣대였고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는 관대했다. 후보자는 지역 주민을 헤아리기보다 공천자의 심기를 더욱 중요시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에 지역구 정치인은 중앙당의 눈치만 봤다. 지역 주민을 위한 소신 있는 의정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일당 독점 정치 지형은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세상과 국민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필자는 20대 국회에 등원하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승자독식의 선거 구조와 철벽같은 지역주의를 허물고, 동서화합의 시대를 열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등원하고 지금까지 국회 현장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정치 시계는 느리기만 하다. 그동안 국회는 매번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놓고, 정쟁만 하다 기한에 쫓겨 아무런 개혁도 없이 끝내기를 되풀이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정치개혁특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까지 구성하며 표의 등가성 확보와 지역 장벽을 허물기 위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방안이 공론화됐다. 그러나 정치권의 무책임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사이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하에서 지역 장벽이 더욱 단단해졌다. 그 속은 더욱 곪을 대로 곪아 갔다.

국민의 준엄한 민심이 20대 국회를 다당제로 만들어준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이제는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응답할 차례다.

당리당략과 기득권 수호, 정치적 셈법을 떠나 지역 장벽을 깨고 정당 정치를 복원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개헌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2018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응답하라 국회, 응답하라 2018!”

정운천 < 바른정당 최고위원 gbs200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