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부동산투자회사) 부동산신탁회사 자산운용사 등에 출자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시행·시공업체가 늘고 있다. 기존 업역과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사업 다각화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동산 상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완공 뒤에는 부동산 상품을 펀드 등에 편입해 운용하는 ‘부동산 금융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하고 출자하고

1일 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시행사)인 디에스네트웍스는 최근 대유그룹이 보유한 스마트저축은행 지분 82.5%를 80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광주광역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스마트저축은행은 지난해 188억원 순이익을 내는 등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디에스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효과를 겨냥했다”며 “개발 사업 초기 토지비 대출이나 후순위 대출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미건설 계열사 우미개발은 최근 벤처캐피털인 SJ투자파트너스에 30억원을 출자해 지분 27.3%를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차종철 회장(지분율 72.7%)에 이은 2대 주주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우미개발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산업과 기술 변동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미건설은 올초 상업시설 특화 자산운용사인 GRE파트너스자산운용에도 출자했다.

부동산신탁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총 11개 신탁회사 중 지난해 하반기 무궁화신탁의 대주주가 광장의 파트너 변호사 출신인 오창석 부회장(지분 12.7%)으로 바뀌었다. 또 신라개발 HMG 등 디벨로퍼들이 신탁사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엠디엠이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고 엠케이전자가 한국토지신탁을 사들인 뒤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며 “기존 개발사업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신탁회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신탁업 진출을 노리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츠 AMC 설립 움직임도 ‘속속’

지난해 말 리츠 인가를 받은 무궁화신탁은 올해 초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케이리츠를 인수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케이리츠를 통해 JS자산운용사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금 조달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또 올해부터 리츠와 부동산펀드(REF)의 겸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제이알투자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이 리츠 AMC로는 처음으로 부동산펀드 겸영 회사로 등록했다.

건설회사 중에선 대림산업이 지난해 8월 리츠 AMC를 설립한 데 이어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7월 리츠 AMC를 만들었다. 엠디엠은 최근 KT그룹 계열 리츠 AMC(KT AMC)의 박재용 전 대표를 투자운용부문 대표로 영입했다. 신규 리츠 AMC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신영도 리츠 AMC를 설립해 자산운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디벨로퍼들이 리츠 AMC 설립에 나서는 것은 자산 운용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도시정비·도시재생 등 주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한 형태로 조달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김선태 미래에셋대우 상무는 “리츠 AMC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고 자산관리나 운용 업무도 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