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감디 에쓰오일 CEO "조직의 유연함이 기업 생존의 열쇠"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22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조직의 유연함이 기업 생존의 열쇠”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 감디 CEO는 이어 “기후 변화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화석연료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권위와 위계질서를 중시했던 과거 성장 구도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도전정신, 다양함을 조직에 불어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쓰오일의 사례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하는 석유 기업의 전략도 제시했다. 에쓰오일은 글로벌 석유 시장이 침체기였던 2015년 오히려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4조8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울산에 석유·화학시설인 ‘잔사유(원유 찌꺼기)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건설하는 공사다.

국내에서 시행된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내년 4월 완공이 목표다.

알 감디 CEO는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굳건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기존 정유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에쓰오일의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RUC는 벙커C유 등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으로 분리해 고부가가치 유화제품을 만드는 고도화 시설이다. ODC는 RUC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원료로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폴리프로필렌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다. 산화프로필렌은 자동차 내장재 등에 들어가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며 설비 가동으로 인한 수익은 투자를 결정했을 때 예상한 것보다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번 설비 가동으로 연간 8000억~1조원가량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알 감디 CEO는 “플랜트가 완공되면 세계적 규모의 설비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운영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그는 ‘오수만(吳需挽)’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활발한 ‘친한(親韓)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강연도 지난 5월 연세대 경영대와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강연에 이어 이뤄진 ‘소통 경영’의 일환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