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갑당 126원)를 일반 담배(갑당 594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담배 소비 억제’와 ‘증세 반대’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담배다. 일반 담배처럼 궐련(종이로 연초를 말아서 제조한 담배)을 쓴다는 점에서 액체로 된 기존 전자담배와 다르다. 국내에선 외국계 회사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글로 등 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절반씩 섞어놓은 특성 때문에 지난 5월 출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개별소비세는 파이프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전자담배에 해당하는 세금이 적용됐다. 그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연초 고형물 6g 기준)에 붙는 세금과 부과금 총액은 1739원으로 일반 담배(3323원)보다 1584원이나 적다.

이에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 열 명은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도 잇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개별소비세 인상에 찬성하는 측은 담배 소비 억제를 위해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반 담배와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과세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담배회사 주장에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세금이 적은 만큼 다국적 담배업체가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반대 측 논리도 만만찮다. 유해성이 낮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세금 인상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흡연자의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반대 측 논리다.

■ 찬성

[맞짱토론]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부담 높여야 하나
궐련형, 일반 담배만큼 해로운데 세금은 절반 가량 밖에 안돼
WHO도 효과적 금연 수단으로 담뱃세 인상 권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국내 판매를 준비하던 때부터 정부는 이 제품을 어떤 종류의 담배로 분류하고,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할지 고민했다.

논의 결과 아이코스는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전자담배로 분류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존 ‘고체형 전자담배’에 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형태와 흡연 방법 등이 사실상 일반 담배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고체형 전자담배가 돼 일반 담배 대비 절반 수준의 세금만 부담하게 된 것이다.

담뱃세의 목적은 담배 소비를 억제하는 데 있다. 건강 위해도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담배’란 있을 수 없으며, 유해성분이 적다고 해서 인체에 해로운 정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 번의 흡입량과 하루 흡연량을 늘려 중독성과 유해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일 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면 타르 6㎎ 담배와 타르 0.1㎎ 담배도 세금을 달리 부과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담뱃세 수준은 담배 소비를 이전보다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격이다. 아이코스 출시 때부터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했다면 이런 논란은 애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한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이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이유로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문이다. 과거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을 조사한 결과 이들 제품이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미국계 다국적 담배회사인 RJ레이놀즈는 찌는 형태의 담배인 이클립스를 개발해 건강에 덜 해롭다는 광고로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RJ레이놀즈 내부 문건을 확인한 결과 찌는 담배는 기존 담배와 비교해 흡연자의 혈중 니코틴 농도는 차이가 없었다.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찌는 담배가 오히려 더 높았으며, 찌는 담배 흡연자의 흡연 횟수가 기존 담배 흡연자의 흡연 횟수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아이코스(필립모리스)와 글루(BAT)도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맞짱토론]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부담 높여야 하나
담배회사가 담배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담배회사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담배 성분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그러나 담배 성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담배회사의 자체 실험 결과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정책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2012년부터 수차례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낮은 세금 자체가 흡연을 지속하거나 흡연을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을 포함해 180개국이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6조는 가장 효과적인 담배 규제 정책으로 담뱃세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지금같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엄격히 보면 FCTC에 반한다.

담배 규제 정책이 강화될수록 새로운 형태의 담배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복잡한 담배 분류체계, 담뱃세 부과체계를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을 때를 대비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반대

[맞짱토론]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부담 높여야 하나
일반 담배와 세금 같은 나라 드물어…세금 인상은 또 다른 '서민증세'
영국에선 전자담배를 금연정책에 활용해 성과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법률안 처리가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보류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 수준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찬반 공방이 가열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과세에 찬성하는 측은 조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률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재차 밝혔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가 국민 건강증진 측면이 아니라 증세가 1차 목적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2015년에도 흡연율 감소라는 명목하에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담배세수는 담뱃값 인상 전보다 77%(5조3856억원)나 증가했다. 반면 담배 판매량은 같은 기간 15.9%(6억9000만 갑) 감소하는 데 그치면서 애초 정부가 목표로 한 흡연율 감소치(3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높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또 다른 서민증세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해 유해성이 비슷하므로 동일하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이런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에 같은 세율을 적용한 국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 국가는 연소 과정이 없어 유해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대비 위해성이 상당히 낮은 점을 인정하고 일반 담배의 0~50% 범위에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담배의 31% 정도 세금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영국은 오히려 전자담배를 금연정책의 하나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틴 도크렐 영국 공중보건국 담배관리국장은 지난 3월 의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금연정책 성공 요인의 하나로 전자담배 활용을 꼽았다. 약 280만 명의 흡연자가 전자담배로 전환했고, 이 중 절반가량이 금연에 성공했다.

이는 담배 규제 정책에 ‘담배 위해 감축’ 개념을 도입한 결과다. 담배 위해 감축이란 위해성이 낮은 담배를 통해 금연 의지가 없거나 금연에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흡연자의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하려는 보건학적 전략의 하나다.

최근에는 강력한 흡연 규제 국가인 미국도 담배 위해 감축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일반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줄여 담배 중독성을 낮춤과 동시에 궐련형 전자담배 등 유해물질이 적게 포함된 담배에 대한 별도의 규제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FDA 산하 담배제품통제센터(CTP)는 흡연자들이 유해성이 낮은 담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짱토론]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부담 높여야 하나
우리는 어떤가. 국회 기재위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논의했으나 갑론을박만 계속하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 건강을 생각해 조금이라도 덜 해롭다고 알려진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려는 소비자는 오락가락하는 담뱃세 인상 논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담뱃세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경제학적 측면뿐 아니라 흡연자에게 덜 해로운 담배를 선택할 기회를 뒷받침하는 보건학적 측면의 고려가 절실하다. 흡연자를 포함한 대다수 일반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건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과 가격의 갑작스러운 인상보다는 유해성분을 분석한 뒤 과세 형평성, 건강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전향적인 금연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김일규/김형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