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냉전시절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에 맡겨둔 금괴 일부를 회수하는 작업을 4년에 걸쳐 완료했다.

CNBC 등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23일 미국과 프랑스에 분산 보관해온 금괴 5만3780개를 무사히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금괴 한 개 무게는 12.5㎏으로 총 674t에 달하는 규모다. 돈으로 환산하면 개당 51만9000달러(약 5억8480만원)로 총 2790억달러(약 314조3772억원)에 이른다. 분데스방크는 “도착한 금괴를 철저하게 검사한 결과 유실되거나 손상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다.

금괴는 배를 이용해 미국 뉴욕연방은행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비밀스럽게 옮겨졌다. 독일 중앙은행은 구체적인 운반 방식에 대해 함구했다. 운반 비용에만 770만유로(약 102억원)가 들었다. 이번 금괴 회수 작업은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3년가량 앞당겨졌다. 독일은 2001년에도 보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에 있던 금괴 940t을 본국으로 가져왔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부흥에 따른 수출 호조로 마르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중앙은행에 금 보유량을 늘려 왔다. 종전 이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주요국이 통화를 금에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금환본위제는 1971년 폐기됐지만 독일은 이후에도 금을 국외 은행에 그대로 뒀다. 냉전시기 옛 소련(현 러시아)의 침공 위험에 대비해 금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즉시 다른 통화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냉전의 공포는 사라졌다. 대신 나라 밖에 보관해놓은 금괴가 사라졌다는 ‘괴소문’이 돌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퍼졌다. 급기야 2012년 독일 연방감사원이 국외 은행에 보관한 금에 대한 검사를 요청했고, 이듬해 독일 중앙은행은 대규모 금괴 회수를 결정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