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더 이상 미국 위협 말라"…북한 "임의 시각에 동시다발 타격"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이 잇따라 대북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위기를 촉발한 북한은 ‘서울 불바다’ ‘전면전쟁’ 등을 위협하며 맞불을 놨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극단적 대치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히로시마 원폭투하 직전 발언과 유사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대(對)일본 최후통첩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트루먼은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사흘 전 최후통첩에서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껏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멸망의 비(rain)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북한, 더 이상 미국 위협 말라"…북한 "임의 시각에 동시다발 타격"
“북한은 미국을 더 이상 위협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성 발언 배경엔 북한이 ICBM 개발을 최종 완성하기 전에 중단시키거나 포기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감안했을 때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와 유엔을 통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힘의 균형’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급속한 핵 개발 프로그램 진전이 한국과 일본에 더 강력한 무기를 배치하도록 양국의 정치권을 자극해 역내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의 언어가 거칠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양측이 대화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9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북한으로부터 임박한 위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北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수도”

트럼프 "북한, 더 이상 미국 위협 말라"…북한 "임의 시각에 동시다발 타격"
북한은 9일 “미국의 예방전쟁에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고 미국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에는 “서울과 백령도,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의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는 작전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괌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돼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서울을 포함한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한국)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7일 한국 해병대가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벌인 사격훈련을 문제 삼았다. 다음날 오전 2시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해병대의 사격훈련과 관련해 “(남조선)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가는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관영매체가 ‘서울 불바다’를 언급한 것은 2013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한국을 강하게 위협하려 할 때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을 일삼았다. 1994년 3월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이 처음 사용한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04년 이후 3년 정도 주기로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반복해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