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논평 "러·中에 책임전가 안돼…즉각 대화 개시해야"

러시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관련국들의 자제를 호소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31일(현지시간) 다소 늦은 공보실 명의의 논평을 통해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을 직접 위반하는 지난 28일 북한의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한반도 사건 전개를 큰 우려를 갖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동시에 미국, 한국, 일본 등의 군사활동이 증대하고 있고 한국에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요소(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정책) 노선 이행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모든 관련국에 추가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행보를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외무부는 이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와 중국에 지우고 두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야망을 묵과한다고 비난하려 하는 미국과 다른 여러 국가 대표들의 시도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시험에도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비판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외무부는 "바로 러시아와 중국이 무력 사용과 위협을 배제하고 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한반도 문제를 사전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는 공동 '로드맵'(문제 해결 일정)을 마련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해 당사국에 로드맵에 포함된 구상들에 기초해 사태 해결을 위한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기 위한 구체적 대화를 즉각 개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전날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잇따른 ICBM급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안보리 제재 결의 논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 제재가 북한 경제를 고사(枯死)시키는 것이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북한의 화성-14형 2차 발사 당일 성명을 내고 "미사일이 고도 681km까지 날아올라 732km를 비행한 뒤 일본해(동해) 중심부에 떨어졌다"며 이 미사일이 중거리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 첫 번째 화성-14형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미사일이 ICBM급이라는 한·미 당국의 평가와 다른 견해를 거듭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개발을 대북 초강경 제재나 선제타격의 충분조건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실제 그 같은 계획을 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북한이 시험한 미사일의 특성을 낮춰 평가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북한 화성-14형 발사 안보리 결의 위반…관련국 자제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