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PM2.5) ⅓ 중국발 확인…"과학적 근거 대라" 中에 부담
외부 요인 중 최대…한·중 '청천 프로젝트' 결과 주목
한국-NASA 합작 첫 미세먼지 연구, 중국 압박 카드 될까
한국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처음으로 공동 실시한 국내 대기질 조사 결과가 19일 발표되자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한 대중국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그동안 국내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넘어온다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난해 5∼6월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국내 미세먼지의 3분의 1가량이 중국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PM2.5의 경우 국내 요인이 52%, 국외 요인은 48% 발생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지름에 따라 1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보다 작은 먼지를 PM10이라 하고, 2.5㎛보다 작은 먼지를 PM2.5로 분류한다.

특히 중국 내륙이 전체 기여율의 34%(산둥 22%·북경 7%·상해 5%)를 차지해,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외부적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짧은 기간, 그것도 중국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5∼6월 시행한 데다 국내적 요인도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해석상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공신력을 갖춘 NASA와 합동으로 조사한 만큼 그동안 한국의 자체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밝힌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생긴 셈이다.

더구나 이번 조사는 지금까지 조사와는 달리 지상 관측과 더불어 항공 관측까지 동시에 시행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더 높아졌다.

조사 기간, NASA의 관측용 비행기(DC-8)는 한반도 전역을 20회 비행했고 올림픽공원의 경우 총 52회 관측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기여율"이라며 "그동안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NASA는 제3의 기관인 데다 세계적 신뢰성을 갖춘 기관이라 중국도 이번 결과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과 발원지를 찾아내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 기간과 계절적 상황마다 측정값이 매번 다르게 나오므로 앞으로 기간 설정을 달리해 장기간 조사를 하면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만 가지고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조사는 항공 관측을 함께함으로써 오염물질의 이동을 파악한 만큼 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일정 기간 시험한 결과를 가지고 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좀 더 여러 차례 시험해서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미세먼지 원인 규명이나 오염물질 해석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5월부터 중국과 함께 추진 중인 '청천(晴天) 프로젝트' 결과가 2020년께 도출되면 중국의 책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천 프로젝트는 중국이 직접 제안하고 참여하는 공동연구로,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天津), 다롄(大連), 칭다오(靑島), 창다오(長島), 바오딩(保定) 등 북부지역 주요 6개 도시를 조사한다.

조사에는 대기오염물질 성분 측정과 분석을 위한 지상 관측, 주요 배출원별 기여율 추정, 예보 모델링 평가, 항공기를 이용한 입체관측 등 최첨단 연구 기법이 동원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청천 프로젝트 결과가 당장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되지 않겠지만, 이번 조사 결과와 더불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중국 측 노력을 끌어내는 수단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