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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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과 스마트폰 '갤럭시S8'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2분기에 14조원이라는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분기 매출액으로 6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률은 23.3%에 달해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금융업체를 제외한 전 세계 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세계 최고수준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제조업체가 됐다.

더군다나 이번 영업이익은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는 105억5000만 달러(약 12조2100억원)다. 애플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놓지 않는 한, 삼성전자의 애플 추월은 확실시 되는 대목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800억원 정도이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 반도체 슈퍼호황, 스마트폰 '갤럭시S8' 판매호조 덕분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1400억원)보다 무려 72.0%나 늘어났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2013년 3분기의 10조1600억원의 가뿐하게 넘기며 '퀀텀 점프(대약진)'를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한 실적 전망치 평균이 13조1972억원이었기 때문에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는 평가다.

매출액은 60조원으로 분기사상 첫 60조원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 전분기에 비해서는 18.7% 증가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23.3%에 달한다. 이는 작년 2분기에 기록한 16.0% 보다 무려 7.3%p 오른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20%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1등 삼성전자, 세계 최고가 되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까닭은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주효했다. 이날 잠정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만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추정이다.

스마트폰 등 IM(IT모바일) 부문과 디스플레이(DP), 소비자가전(CE) 부문 등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IM 부문은 3조후반대에서 4조원 사이로 보이며 디스플레이패널(DP)은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소비자가전(CE)는 8000억원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미국 주요 IT기업 '압도'

삼성의 실적은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삼성의 영업이익은 애플은 물론이고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의 '빅 4'인 'FANG'의 실적을 모두 합산한 것보다 더 많아서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가리킨다. 이들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11억5000만 달러(약 12조9100억원)로 추산된다는 게 외신들의 얘기다.

반도체 업계만 놓고 봐도 역사적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24년간 지켜온 '인텔'을 매출액에서 처음으로 꺾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에서는 처음으로 인텔을 꺾은 바 있는데, 이를 매출액까지 추월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분기에 삼성전자가 인텔을 추월하고 처음으로 세계 최대의 칩메이커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한 바 있다.
"국내 1등 삼성전자, 세계 최고가 되다"
◆삼성전자, 하반기도 긍정적…오너 부재 상황 '우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 또한 긍정적이다. 견고한 메모리 가격과 OLED패널의 수요 증가, 갤럭시 노트8 출시 등으로 호재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3분기와 4분기에는 모두 1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13년 기록한 36조7900억원이었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 문제다.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과감한 투자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최근 가동을 시작한 평택 1라인에 대해 2021년까지 약 3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화성 사업장에는 약 6조원을 투자해 최적화된 신규라인 확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일수(92일)로 따지면 하루에 1521억원이다. 시간당 63억4만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세계 임직원이 약 3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석달 동안에 1인당 벌어들인 돈은 4670만원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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