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국가기구가 문 대통령에 대해 비난 성명을 낸 것은 처음이다.

조평통은 지난 21일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현 남조선 당국자가 집권 후 북남 합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떠들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지만, 핵·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북남관계가 열리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 보려는 오그랑수(겉과 속이 다른 말)”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상대를 도발자로 매도하고 국제적인 제재압박 공조를 떠들어대는 것은 사실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서로 선의를 가지고 마주 앉아도 제대로 풀 수 있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처해 있다”며 “남조선 당국자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언동을 그만두고 북남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남조선 당국자’와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호칭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문답에서 “지난 대선 때 북남관계 개선에 대해 역설하면서 내들었던 공약과는 상반된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6·15 기념식 축사에 대해 “북의 동족을 향해 도발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북핵 포기의 목표를 내걸고 대북압박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과 같다”고 쏴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