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게임사업 분사에 술렁이는 카카오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을 운영하는 모빌리티 사업부와 게임 유통 플랫폼을 관리하는 게임 사업부 등을 분사한다.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어낸 뒤 상장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사업을 위한 ‘실탄’을 조달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업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사업부 분사를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사업부문 별도 법인으로 독립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모바일을 통해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지난달 8일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사업부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 등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30%가량 사들일 계획이다. FI들은 신설법인의 기업 가치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산정했다. FI를 통해 새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FI들과의 계약은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진다. 카카오는 지분 매각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이 이미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월 기준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3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는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 월 이용자도 12만 명 선까지 늘어났다. 다만 모빌리티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시장의 중평이다. 시장 지배력을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게 신설법인의 과제인 셈이다.

게임은 카카오게임즈로 일원화

게임 사업부의 분사도 초읽기 단계다. 카카오는 이미 관련 부서 직원에게 분사 사실을 통보했다. 게임 사업부는 신작 게임을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퍼블리싱 전담 업체 카카오게임즈에 편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의 게임 사업을 카카오게임즈로 일원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외시장 주가는 주당 800만원(발행 주식 5만주) 선이다.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기업 가치를 4000억원 선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의 게임 사업부가 카카오게임즈에 편입되면 기업 가치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게임 사업부는 카카오톡을 통해 내려받은 게임 이용자가 아이템을 구매할 때마다 20% 이상을 수수료로 떼고 있다. 추가 투자 없이도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구조다.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나오는 사업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빌리티와 게임 이외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사업부 분사 전략에서 걸림돌은 직원들 반발이다. 분사가 결정된 사업부 직원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라인드’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연봉과 복지 수준을 기존처럼 유지하겠다는 회사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게 직원들의 중론이다. 게임 사업부의 한 직원은 “스톡옵션을 받는 일부 직원의 주식 잔치에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송형석/유하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