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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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 16일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 인수를 발표하자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기존 식품 유통업계엔 매출 저하에 따른 비참한 현실을 대변하는 소식이었다. 크로거와 코스트코, 그리고 월마트의 주가는 뉴스가 나오자 순식간에 급락했다.

그러나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곳은 자동차 업계와 우버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인수가 아마존이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계로 진출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식품 유통매점(그로서리)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를 차고에서 꺼내는 소비자들을 컴퓨터 앞에 계속 머물게 하겠다는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

미국인은 평균 1주일에 1.5회 그로서리에 간다. 그리고 연평균 53시간 동안 슈퍼마켓 통로를 서성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를 사거나 빌리는 이유 중 하나로 ‘그로서리에 갔다가 산 물건을 집으로 가져가려고’란 답이 나왔다. 응답자 65%가 식료품 쇼핑이 자동차 없이는 ‘상당히’ 혹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교외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차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으로 출근하거나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기 위해서지만, 그다음 이유는 그로서리에 가려는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70파운드(약 31㎏)에 달하는 여러 물건을 끌고다닐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로서리 방문은 차를 모는 확실한 이유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 중 23%는 식료품 쇼핑을 하기 위해 친척이나 이웃 사람들의 차를 빌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물을 구하기 위한 다른 활동 등을 포함하면 그런 욕구는 훨씬 더 크다. 2011년 7665명의 애틀랜타 주민을 대상으로 이틀간의 생활을 조사했더니 이들은 식료품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으려고 1만1995번 차를 몰았다. 그중 44%가 그로서리에 가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식당에 가는 것이었다. 이 중 7%만이 걸어갔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야망은 단순히 식료품 쇼핑을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수요를 택배로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소비자 만족도를 어떻게든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당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드론(무인항공기)이라도 동원해 물건을 배달해주고, 한 시간 안에 배송하기 위해 키오스크(무인단말기)와 사물함을 설치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서비스 중 일부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무료 배송을 해줬더니 사람들이 한 번에 한두 개씩 저가의 물건을 주문해 손해가 커지거나 소비자 만족을 위해 반품의 벽을 낮췄다가 반품이 크게 늘면 어떻게 할까.

아마존이 프라임서비스 가입자들로부터 배운 건 이런 식으로 높은 비용이 들어도, 아마존의 위대한 사업모델은 가입자들이 점점 더 아마존에 빠져들게 해 더 많은 물건을 사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최저가를 찾는 버릇을 포기하고 그냥 아마존의 가격을 수용한다.

베저스 CEO는 일찍이 이 같은 ‘가격 차별’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간파해냈다. ‘가격 차별’이란 다양한 방법으로 각 고객이 주어진 품목에 지불할 수 있는 최고 가격을 받아내는 걸 말한다. 많은 이들은 아마존이 개인정보를 사용해 이런 ‘가격 차별’ 논리를 적용하면 더 이상 아마존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런 고객 저항을 약하게 하는 선수다. 아마존은 당신에게 지속적으로 제의한다.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세요. 스파크 플러그를 주문하시려고요? 고양이 음식이 부족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어나 5피트를 걷는 게 얼마나 힘듭니까. 그냥 클릭하세요.”

‘아마존의 가격은 무료배송이라 해도 실제 저렴할까?’ 나는 아마존에서 구매할 때마다 가격 비교를 위해 구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귀찮아 쓴 적이 별로 없는 듯하다.

홀푸드도 이런 점에서 부분적으로 성공해온 업체다. ‘유기농’이라는 말을 붙여 영양가에 차이가 없는 식품에 고객들이 더 많은 돈을 내도록 혼란을 일으키는 데 성공해왔다. 아마존이 이런 측면에서 홀푸드를 인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홀푸드의 1개 점포당 매출은 지난 2년간 감소해왔다. 디자이너 옷을 걸치고 쇼핑 나온 젊은 부유층들은 가끔 홀푸드를 찾아 몇 가지 상품을 산다. 그러나 집에서 살림에 전념하는 대다수 사람은 이제 월마트에서도 유기농 우유를 사서 쇼핑카트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매출이 1350억달러인 아마존이 고작 120억달러(홀푸드)의 매출을 추가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식료품 쇼핑의 3%만이 온라인을 통해 발생한다. 4100만 명의 미국인은 매주 토요일 차를 타고 북적이는 그로서리에 가서 쇼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경험한다. 이건 참 괴로운 경험이다. 소매유통업자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나는 정말 이걸 필요로 하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런 모든 것에 도전한다. 이런 게 아니라면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했을 리가 없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원제=Amazon Will Free You From the Minivan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홀맨 젠킨스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