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 마친 메이 英총리 /연합뉴스
총선 투표 마친 메이 英총리 /연합뉴스
압도적 과반 목표한 승부수 자충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조기총선 승부수가 결국 자충수로 귀결됐다.

손쉬운 승리로 보였던 총선이 총리직 위기로 되돌아왔다.

8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 결과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과반 의석을 잃었다.

20% 안팎에 달하는 지지율 격차에 현재 절반(325석)보다 5석이 많은 의석을 50~60석 더 늘리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는 오히려 13석을 잃고 과반 의석마저 상실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메이를 향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메이의 단독 결정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역시 메이와 그의 측근 위주로 펼쳤다.

총선이 아니라 '메이의 선거'로 불렸다.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강력한 협상권을 내 손에 쥐어달라"고 했지만, 민심은 이를 거부했다. 그의 선거운동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브렉시트 쟁점을 부각하지 못했다.

반대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보수당 집권 7년에 걸친 긴축과 '불평등'을 화두로 삼고 펼친 정책 선거유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빈은 브렉시트 협상장에서 발가벗겨질 것"이라는 메이의 목소리는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i 뉴스'가 조사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유세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는 질문에 코빈이 58%로 25%인 메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섰다.

심지어 보수당 지지자 중에도 21%가 코빈이 메이보다 더 잘했다고 했다.

메이와 코빈 개인에 대한 신뢰도도 메이의 선거유세 실패를 드러낸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개인 인기도에서 메이는 43%, 코빈은 32%였다.

메이가 11%포인트 앞서지만 선거유세 시작 당시 격차는 39%포인트였다.

노인요양 지원 축소 공약과 철회가 결정타를 날렸다.

노인요양 지원자를 축소하는 '사회적 돌봄' 개혁 공약을 내놓자 지지층인 노년층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당은 '치매세'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메이는 황급히 사흘 만에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지층을 흔들 사안을 아무런 신호 없이 불쑥 공약으로 발표한 것도 실수지만 곧바로 유턴한 것은 '안정적이고 강력한 지도력'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는 비판이 보수당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ITV 유명 진행자 제러미 팍스맨은 메이 총리와 인터뷰에서 "내가 브뤼셀에 있는 (EU) 관리라면 당신이 허풍쟁이라는 생각이 들 거다"고 꼬집기도 했다.

과반 의석을 잃고 돌아온 메이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때 메이의 총리 경쟁자였던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은 "어떻게 메이가 연립정부를 구성할수 있을지 잘 안 보인다"고 했다.

로드 텀블 전 차관도 BBC에 "그가 재앙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는 준비되지 않은 조기총선을 요청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벼운 승리처럼 보인 선거를 잘못 운영해 패배로 바꾼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보수당 중진 의원은 "그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총리 사퇴를 점쳤다.

그래엄 브래디 의원은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이 없다면서 당대표 불신임안을 발의하기 위한 절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의석을 크게 늘린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자신의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들 앞에서 "메이는 자신에 대한 신임을 얻으려고 이번 총선을 요청했다.

그가 얻은 유권자들의 신임은 의석 상실과 지지 상실, 신뢰 상실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정부를 위해서 그가 길을 열어야 한다"며 메이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이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에 안정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보수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고 가장 많은 표를 얻는다면 우리가 그 안정의 시기를 갖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게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그게 바로 정확히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히며 보수당 정부 출범 의지를 강력 시사했다.

이와 관련, BBC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메이 총리에게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크랩 의원은 "총리에게 정부를 구성할 의무가 있다"며 "총리가 지금 상황의 막중함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메이 총리의 유임을 지지했다.

이는 보수당 내에서 메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놓고 책임론과 안정 우선론이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여준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