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물업체들이 이달 말까지 발주처가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다음달 초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4일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주물조합 긴급 이사회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지난 1월 전국에서 모인 180여 명의 주물조합 대표들이 납품가격 현실화(인상)를 요구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주물(casting)은 금속을 녹인 뒤 틀 속에 넣고 굳혀서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으로 만드는 작업과 그 제품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뿌리산업’이다. 자동차 전자 선박 기계 중장비 방위 등 산업 전반에 주물 부품이 쓰인다. 주물조합 회원사는 인천 부산 대구 등 전국에 걸쳐 244개사가 있다. 영세 기업을 제외한 전국 대다수 주물업체가 포함돼 있다. 주물업계는 2008년에도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며 나흘간 전국적인 조업 중단에 나선 적이 있다.

주물업계가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은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발주기업들이 9년째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최근 10년(2008~2017년)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인건비 상승률은 71.6%다. 전기료는 49.8% 올랐다. 고철 선철 등 원자재 가격도 대부분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발주처가 원자재 인상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물제품 납품가격은 최근 4년(2012~2016년)간 평균 15~19% 떨어졌다. 한 주물업체의 K사장은 “일부 발주처는 더 싼 중국산을 쓰겠다며 오히려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한다”고 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