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도 수차례 새 정부에 중국과 '협상' 촉구

지난 2월 말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부지로 제공한 뒤 중국으로부터 집중 보복을 받고 있는 롯데는 10일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중국 정부와의 외교·대화 채널 복원으로 대중 관계가 개선되고, 사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뿐 아니라 사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 정부가 막혀있는 한·중 대화 물꼬를 터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현재 사드 갈등 사안을 기업이 풀기는 불가능하고, 결국 사드 관련 양국 외교 채널이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돼 정부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지난 3~4월에도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런 입장을 외신을 통해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달 4일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차기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협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대선 후보군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따로 지목해 "한국과 베이징의 미래 관계에 긍정적이길 바란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신 회장은 3월 24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롯데가 중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새 정부의 적극적 사드 해결 노력을 주문했다.

현재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성 규제 등으로 불과 2개월여 사이 수 천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중국 99개 점포 가운데 여전히 74개는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전체 점포의 90%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머지 12개도 사실상 손님 발길이 끊겨 거의 휴점 상태다.

이달 말까지 3개월째 99개 점포의 '마비' 상태가 이어질 경우,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은 3천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중국 현지 매출(연 1조1천290억 원, 월 940억 원)을 바탕으로 추산한 최소 피해 규모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롯데면세점이나 식품 계열사의 중국 수출 차질 등까지 모두 고려한, 전체 롯데그룹의 '사드 사태' 관련 매출 손실도 3~4월에만 약 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 내 4개월(3~6월)만 따져도 매출 손실 규모가 1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롯데의 손실 추이로 미뤄, 긴급 수혈한 3천억 원의 자금도 곧 동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24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이사회는 2천300억 원의 증자와 1천580억 원의 예금 담보 제공(1천300억 원 중국 현지 대출)을 결의해 중국 사업 지원 재원을 마련했지만,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 상호 간 경제 손실 점검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에 따른 한국의 피해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규모로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8조5천억 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 현재 추이(2개월 5천억 원)로 미뤄 롯데는 10개월(3~12개월) 사이 최소 2조5천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되는데, 결국 전체 한국 피해(8조5천억 원)의 30%가 롯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