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 출연 과정 차이 없는데 다른 기업은 피해자…온당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똑같은 과정을 통해 할당된 출연금을 낸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그룹만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며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회 공판에서 특검 수사를 놓고 "여러 가지 이례적 사정과 절차, 내용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지적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재단 지원과 관련해 과연 삼성이 다른 기업과 다르게 행동한 사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다른 기업들은 삼성이 받지 못한 (재단 사업 관련) 자료를 받아서 출연했나?"라고 반문하며 "(출연 경위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처럼 차이가 없는 사실관계에 삼성그룹에만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고, 다른 기업들은 최씨의 직권남용 및 강요죄 피해자로 보는 것이 온당한가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삼성이 뇌물을 공여하겠다는 관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려고 접근했다면 그 과정에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재단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와 별도 연락한 사실이라도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은 "어떤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처럼 다른 기업과 동일한 사실에 법률 평가·적용을 달리할 수 있을지 재판부의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삼성이 출연금을 낸 부분은 뇌물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판단을 반박하는 취지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이 최씨 측에 총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향후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는데, 여기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총 204억원도 포함된다.

당초 검찰은 최씨가 두 재단을 통해 대기업들로부터 출연받은 돈이 박 전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받아낸 것이라고 보고 강요 및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은 강요의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이후 특검은 수사 끝에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는 등 기업 현안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으려고 최씨 측에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뇌물공여죄로 구속기소 했다.

특검은 최씨에게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특검은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부분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명목으로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대가성 없이 지원했을 뿐 대가를 바라고 건넨 돈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