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특검 진술내용 공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의 미흡함을 질책받은 후 임원진에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그러나 승마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승마 지원이 최순실·정유라씨와 관련 있다는 내용은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함께 제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최 전 실장은 특검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관련해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굉장히 당황하면서 '내가 왜 대통령한테 야단을 맞아야 하냐'고 박상진 사장을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앞으로 야단 맞지 않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세요'라고 말했다"며 "이 부회장이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봤다"고 진술했다.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임에도 승마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취지로 이 부회장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실장은 박 전 사장이 독일에 가서 최씨 측을 만나고 온 뒤에야 대통령의 승마 훈련 지원 지시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와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아예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정유라를 포함해 지원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승마협회를 통한 게 아니라 삼성이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특검에서 밝혔다.

최 전 실장은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진술했다.

그는 삼성이 정씨를 지원한 이후에도 이 부회장에겐 "좋은 말을 사주었다.

선수들 훈련비도 대주고 있다.

야단 안 맞을 것"이라고만 보고하고 구체적 지원 금액이나 정씨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 전 실장은 "제가 이 부회장 등을 떼민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이 부회장이 모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san@yna.co.kr